주병기 공정위원장, 국무회의서 "전속고발권 폐지"검찰 직접 기소 허용·고발요청권 모든 국가기관 확대기업들, 노란봉투법·상법 개정 이어 이젠 사법리스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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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독점 고발권 전면 개편 관련 이미지. ⓒ제미나이
공정거래위원회가 1980년 도입 이후 46년간 유지해온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국민과 피해 기업의 권리를 확대하고 공정위의 권한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발 남발과 '경제의 사법화'로 인해 기업 경영 활동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민 300명 모이면 직고발" … 전속고발제 46년 만의 대수술1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제 전면 개편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었던 기존 체계를 무너뜨리고, 국민과 사업자에게 '직접고발권'을 부여하는 것이다.구체적으로는 국민 300명 이상 또는 사업자 30개 이상의 연서가 있을 시 공정위의 별도 고발 절차 없이도 검찰이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02년 도입된 '국민감사청구제'의 문턱을 준용한 것으로, 건설·제조 분야의 평균 하도급 사업자 수 등을 고려해 도출된 수치다.또 기존 검찰과 감사원 등 4개 기관에만 부여됐던 '고발요청권'도 50개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자치단체까지 대폭 확대한다. 사실상 대한민국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정부가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 고발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 도입된 전속고발권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 소관 법률 13개 중 형벌이 존재하는 6개 법률(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관련 사건에 적용된다.그동안 범여권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공정위가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그러면서 전속고발제는 지난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완화됐다. 1996년에는 검찰이 자체 수사한 사건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이 신설됐고, 2013년에는 감사원·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에 고발요청권이 확대됐다. 이후 각 기관이 고발요청 시 공정위는 검찰에 의무고발하도록 개편됐다.이런 상황 속에 정부가 전속고발권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전속고발권이 그간 '기업 면죄부'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자리 잡고 있다.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면서 중대 법 위반 행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퇴직 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에 재취업해 '전관예우'를 통해 사건을 무마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정위가 권한을 독점하다 보니 사건을 덮어버릴 권한도 전적으로 공정위가 갖게 된다"며 권한 분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통해 수사를 활성화하고 소비자의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앞당기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고발 봇물 터질 것"… '경제의 사법화' 우려하는 재계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고발 남용'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증대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특정 행위의 위법성을 가리기 위해 고도의 경제적 분석이 필요한 공정거래 사건이 사법적 잣대로만 재단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소송 비용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일정 수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이 부여되면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경쟁사가 제도를 악용해 상대 기업을 고발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으로 이미 경영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까지 상수가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특히 법적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번 개편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법적 대응 능력이 미비할 수 있어 별도의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위 담합 조사 대상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인 상황에서 고발 주체가 지자체와 일반 국민으로까지 넓어지면 이들은 고발장 더미 속에서 경영 일선보다는 법정을 전전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경영진이 수사기관에 수시로 소환되고 기소와 재판이 이어질 경우,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기관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해 비효율적인 법 집행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중소기업 등 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신속히 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공정위는 업계의 우려를 의식해 형사 처벌을 줄이는 대신 과징금 부과율을 상향하고 기업 분할 명령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하는 '경제형벌 합리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