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대노조, 기획처 직접 교섭 촉구 … "예산 주는 기획처가 진짜 사장"노동위, 공공기관 '사용자성' 첫 인정 … 공공기관, 사용자성 지우기 몰두무분별 교섭에 사법 리스크 확장 우려까지 … "입법 보완으로 소모전 방지"
-
- ▲ 노조의 기획예산처 교섭 촉구 ⓒ챗지피티
"매년 공무직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고 공포하는 기획예산처가 우리의 '진짜 사장'이다. 개별 부처와 교섭해 봤자 결국 예산안 심의 단계에서 기획처라는 벽에 가로막히지 않는가"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도 안 돼 노조가 공공기관을 넘어 정부까지 직접 교섭 대상으로 지목하고 나서면서 '진짜 사장 찾기'를 둘러싼 분쟁과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 보호를 취지로 도입된 노란봉투법이 시행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파장을 낳으며 노사 갈등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7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공공연대노조)은 전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획처가 국가기관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기존에는 원청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노사 간 주요 교섭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정책·예산을 좌우하는 정부까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흐름이 본격화한 것이다. 노동자 정원, 임금 기준 단가 및 인상률, 각종 직무 관련 수당, 식대·명절상여금 등 공무직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 처우가 기획처의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이같은 변화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에서 공공기관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서 더 거세졌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이 하청 노동자의 인력 배치와 안전 관리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며 원청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이 판단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노동 현장 전반에 강한 신호탄을 쐈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만에 하청노조 수백 곳에서 원청과 공공기관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가운데 공공기관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교섭 쓰나미'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문제는 노동위의 판단 이후 교섭의 대상과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현장이 사실상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노조는 공공기관을 넘어 "실질적 결정권자는 정부"라며 교섭 대상을 중앙정부까지 확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이 원청이 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사용자 개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이런 주장을 예견하고 임금 등 예산과 직결되는 사안은 개별 노사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 지침을 내놨으나,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칼끝을 민간 기업 대신 공공기관과 기획처를 비롯한 국가기관에 겨누는 모양새다.민노총 관계자는 "각 노조 지부에서 노란봉투법 취지에 걸맞게 하청노동자 본연의 권리를 찾기 위한 교섭에 나서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후 다른 곳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지부도 많을 터라, 앞으로 교섭 신청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 고용노동부 세종정부청사 ⓒ뉴시스
정부가 수차례 가이드라인과 해석지침을 내놓으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개별 사건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노동위의 이번 결정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현재 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로 본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기준은 판례와 개별 판단에 맡겨져 있다.이미 현장에서는 교섭 대신 소송으로 이어지려는 흐름이 감지된다. 상당수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노동위원회 판단에 앞서 '사용자성'을 다투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거나, 교섭 자체를 미루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부 공공기관은 교섭 참여 대신 내부 검토와 자문에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이 같은 흐름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청 기업 입장에서는 교섭 대상이 확대될수록 노사 갈등의 접점이 늘어나고, 파업과 소송 위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중소·중견 원청 기업의 경우 교섭 대응 비용과 생산 차질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사업 지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더 큰 문제는 노동자의 권익과 보호를 위해 정비된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부작용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통해 사용자 범위, 교섭 대상과 방법,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늘려 노조의 쟁의 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으나, 원청 사업자가 사용자성을 피하기 위해 작업 지시와 안전 관리 관여를 줄이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바꾸면 오히려 하청 노동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우리 공사가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부 문서를 공유했고, 한국마사회는 '자회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 용역에서 "(노동쟁의를) 적극적으로 채증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도출한 것으로 파악됐다.아울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노조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법률리스크 관리방안'을 통해 "교섭 대응 미흡 때 법적·경영상 부담 확대가 우려된다"며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내놨다. 이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정부가 '모범 사용자' 역할을 강조한 것과 달리,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정치권에선 노란봉투법이 '하청 보호'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교섭 범위와 책임 주체를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노사 모두를 무한 교섭과 소송을 비롯한 소모전으로 내몰게 된다는 것이다.야당 관계자는 "중동전쟁 장기화로 거대 위기에 직면한 경영계가 현 정권의 노동 정책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게 됐다"며 "경영계뿐 아니라 노동계의 사법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졸속 입법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