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교섭 요구하다 몸싸움 … 7월 총파업 압박포스코 직고용 후폭풍 … 정규직·신규 편입 인력 '노노 갈등'공장이 일하는 곳 아닌 투쟁 장소 돼 기업들, 외주 인력 줄이고 버티기 … "法 세부기준 등 보완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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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원청교섭 쟁취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국내 제조업 현장의 노사 갈등 양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원청 기업과 직접 고용 노동자 간 임금·단체협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내하청·협력업체 노동조합까지 원청을 상대로 강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핵심 제조업 전반에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산업계 전반의 피로감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산업계에서는 “노동권 보호라는 법 취지와 별개로 현장에서는 노노 갈등과 물리적 충돌까지 겹치며 경영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원청 교섭 요구하다 몸싸움 … 총파업 예고까지금속노조 산하 하청 노동자들은 최근 현대차를 상대로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위한 원청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배치, 생산 일정, 공정 운영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 책임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현대차 측은 협력업체 근로자는 법적으로 별도 사업장 소속이며, 임금 및 근로조건 협상은 각 협력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갈등은 현장에서 곧바로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지난 22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하청 노조 측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사내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비 인력들과 몸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기지가 협상장이 아닌 충돌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셈이다.금속노조는 현대차가 계속 원청 교섭에 나서지 않을 경우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5개 주요 계열사 하청 노동자들이 7월 공동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노란봉투법발 파업 불길이 기업 그룹 전체로 번지는 모양새다.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와 별도로 하청 노조까지 원청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 창구가 다층화된다”며 “임단협 시즌마다 생산 공장이 상시 분쟁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조선업계, 수주 호황 속 하청 리스크 재부상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는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업 등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조선사 하청노조는 원청과의 직접 교섭 요구안을 확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사내 급식업체까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노사 갈등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지난해 말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을 올해 초로 미루면서 정년퇴직자나 일부 하청 근로자가 아직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는 성과급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고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금액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조선사 사내 급식업체 노조도 가세했다. 한화오션 사내 급식업체 하청 노조는 교섭을 요구하며 성과급 지급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급식업체가 선박 건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성과급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의 최근 판단으로 급식업체 노조가 원청인 한화오션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노사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조선업은 원청 정규직보다 사내협력사 비중이 높은 대표 산업이다. 용접·도장·배관 등 핵심 공정 상당수가 외주 인력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경우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슈퍼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하청노조와의 갈등으로 현장 곳곳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 ▲ HD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일부 하청노동자들에게 미지급된 연말 성과급을 즉각 지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철강업계, 포스코는 직고용했지만 이번엔 ‘노노 갈등’철강업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포스코는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노노 갈등’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기존 정규직 노조는 채용 절차와 임금 체계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고, 새로 편입된 인력들 사이에서는 기존 직원과의 임금·복지 격차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 문제를 직고용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정규직과 신규 편입 인력 간 갈등이 불거진 셈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직접 고용이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신분을 바꾸는 것만으로 임금 체계, 직무 체계, 조직 문화 충돌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직고용 문제로 하청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직고용을 요구한 현대제철 하청업체 직원 1200여 명과 현재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해당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리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외주 축소 가속 … 기업들 “고용 유연성 사라진다”기업들의 대응은 이미 시작됐다. 주요 대기업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외주 인력을 평균 8.2%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원청 사용자 책임이 확대될 경우 하청 활용 자체가 법적·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협력업체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은 수천 개 중소 협력사가 원청과 연결된 피라미드형 공급망 구조다. 원청이 외주를 줄이면 협력업체 일감 감소, 지역경제 위축, 고용 축소로 연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업계에서는 자동화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람을 쓰는 대신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비중을 높여 노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공장이 일하는 곳 아닌 투쟁의 장’ 우려 … “보완책 서둘러야”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갈등의 상시화다. 과거에는 1년에 한 차례 임단협 시즌이 집중 분쟁기였다면, 이제는 원청·하청·정규직·비정규직·협력사 노조가 각기 다른 요구를 제기하며 연중 충돌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특히 생산 현장에서의 점거, 출입 충돌, 부분 파업, 공정 지연 등이 반복되면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조선·철강은 납기와 품질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데, 노사 리스크가 상수화되면 해외 발주처가 한국 대신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이 때문에 법 취지가 현장에서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부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산업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범위, 쟁의행위 한계, 생산시설 보호 장치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재계 관계자는 “노동권 보호와 산업 경쟁력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는 지금 법 해석보다 충돌이 먼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