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입국 후 SK·LG·네이버 등 총수급 회동 관측HBM 넘어 로봇·자율주행·소버린AI 협력 확대두산 시구·스타트업·서울대 일정까지 생태계 훑기
  • ▲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대만 컴퓨텍스와 GTC(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타이베이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로보틱스 기업, 게임사, AI 스타트업, 학계까지 두루 만나는 일정이다. 지난해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깐부 회동’이 AI 반도체 공급망 결속을 상징했다면, 이번 방한은 HBM 이후 엔비디아 생태계가 어디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정표에 가깝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오후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국내 일정을 시작한다. 가장 관심이 큰 일정은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참석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장소로는 서울 성수동 일대 삼겹살 식당이 거론된다. 지난해 치킨집 회동이 ‘깐부 회동’으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모은 만큼, 이번에는 삼겹살과 소맥을 곁들인 ‘2차 깐부 회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식사 메뉴나 장소가 아니다. 이번 테이블에는 HBM,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소버린AI 등 엔비디아의 차세대 전략과 맞물린 한국 기업들이 한꺼번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HBM 다음은 피지컬AI … 한국 기업 역할 커진다

    황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친목성 일정으로 보기 어렵다. 엔비디아는 GPU와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트윈을 묶는 피지컬AI를 다음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AI가 데이터센터 안에서 모델을 학습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공장, 차량, 로봇, 물류 설비와 연결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도 이 지점에서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HBM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가장 직접적인 공급망 관계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 핵심 공급사다. 최태원 회장은 대만 컴퓨텍스 현장에서 황 CEO와 이미 회동했고,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 한국 일정에서도 양측 논의는 차세대 HBM 공급 안정성과 AI 메모리 로드맵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LG그룹과의 접점은 피지컬AI다. LG는 가전, 로봇, 공조, 배터리, 디스플레이, 이노텍 부품, 데이터센터·IT서비스까지 보유한 제조 기반 그룹이다. 엔비디아가 로봇과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고도화하려면 실제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환경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과 황 CEO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로봇, 스마트팩토리, 제조 데이터 협력이 주요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접점이 크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로봇 기술을 확보했고, 제조·물류 현장에도 로봇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아이작, 자율주행 플랫폼은 현대차의 로보틱스·스마트팩토리 전략과 맞닿아 있다.

    네이버는 소버린AI와 클라우드 인프라 관점에서 주목된다. 네이버는 자체 AI 서비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로봇 친화형 사옥 인프라를 갖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AI 팩토리는 칩, 전력, 데이터센터,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인프라로 묶는 개념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AI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역량을 강조해온 만큼, 양측 접점은 AI 클라우드와 소버린AI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 젠슨황 엔비디아 CEOⓒ뉴데일리
    ▲ 젠슨황 엔비디아 CEOⓒ뉴데일리
    ◇두산·엔씨·스타트업까지 … 일정마다 협력 코드

    황 CEO의 방한 일정은 대기업 총수 회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7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시타자로 함께 할 예정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연도인 1993년을 뜻하는 93번 유니폼을, 박 회장은 두산 창립연도인 1896년을 상징하는 96번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전해졌다.

    시구는 단순 이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시뮬레이션·학습 인프라를 로봇 전용 실행 소프트웨어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도 지난 4월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한 바 있다. 박 회장과 황 CEO의 공개 일정은 두산과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협력 기대감을 키우는 장면이 될 수 있다.

    게임업계와의 접점도 있다. 황 CEO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엔비디아와 엔씨는 게임 그래픽과 플랫폼 분야에서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만남에서는 게임 AI, 생성형 AI, 실시간 그래픽, 가상 캐릭터 기술 등으로 논의가 넓어질 수 있다. 게임은 AI 캐릭터와 시뮬레이션, 그래픽 처리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대표 산업이다.

    8일에는 국내 AI·로보틱스 스타트업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스테이지, 노타 등 국내 AI 기업들이 거론된다. 서울대 AI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 방문도 조율 중이다. 황 CEO가 대기업 총수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연구진까지 만나는 것은 한국을 단순 부품 공급처나 판매 시장이 아니라 AI 인재와 연구 생태계를 갖춘 전략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대와 부담 공존 … 관건은 반복 매출

    시장 반응은 이미 뜨겁다. 황 CEO의 동선과 관련 기업 주가를 추적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젠슨 황이 스치기만 해도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만 컴퓨텍스에서 황 CEO가 특정 기업을 언급하자 해당 기업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국내 관심을 키웠다.

    다만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안긴다. HBM 생산능력 확대에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확보가 핵심 변수다. 로봇, 자율주행, 소버린AI는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기전이다. 엔비디아 생태계에 깊이 들어갈수록 기술 협력 기회는 커지지만, 공급망 종속과 투자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의 이번 방한은 엔비디아가 한국을 AI 반도체 공급망뿐 아니라 로봇, 제조, 클라우드, 게임, 연구 인프라까지 포괄하는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