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 ‘분리 교섭+원청 책임’ 동시 인정 … 다중 교섭 현실화 노조별 협상 반복 시 교섭 장기화·임금 상향 압력 확대 우려자동차·철강·조선 공급망 직격 … 현대차 하청 중심 교섭 확산 가능성 높아
  • ▲ 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포스코 하청 노조들이 포스코에게 교섭을 요구했다.ⓒ뉴시스
    ▲ 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포스코 하청 노조들이 포스코에게 교섭을 요구했다.ⓒ뉴시스
    노동위원회가 포스코 하청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3개 노조와 각각 교섭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청노조 교섭을 원청 책임으로 묶은 데 이어 교섭단위까지 나누면서 ‘다중 교섭’ 의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이에 산업 전반의 노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 하청노조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고 이들에 대한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 등 최소 3개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교섭단위 분리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교섭을 나누는 제도다. 다만 하청노조의 경우 원청과의 교섭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분리 교섭까지 이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이번 판정은 원청이 교섭 당사자로 인정된 뒤 노조별 교섭이 다시 분리된 사례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노조별로 교섭이 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협상 구조가 복잡해진다.  노조별 요구사항이 서로 다른 만큼 일부 교섭이 먼저 타결되더라도 다른 노조와의 협상이 이어지면서 전체 교섭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선행 타결 조건이 후속 교섭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면서 임금·복지 수준 전반에 상향 압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판정이 개별 기업을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하청 의존도와 공급망 연동성이 높은 자동차, 철강, 조선업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철강업은 생산 공정 전반에 하청 인력이 투입돼 있다. 조선업 역시 다층 하도급 구조를 기반으로 공정별 협력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교섭이 분산되면 일정 지연 등 공급망 차질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은 특히 파급력이 가장 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은 원·하청 생산라인이 연동되고, 공정이 단계별로 밀접하게 연결되며, 작업공정이 상호의존적일수록 원청의 ‘구조적 통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자동차 조립공장은 라인 연동성과 공정 간 상호의존성이 높다. 차체·도장·의장 등 주요 공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데다, 업계 통상 3000~4000 곳으로 추산되는 협력사들이 티어(Tier)별로 연결된 다층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어 특정 공정의 교섭 지연이나 작업 중단이 전체 생산 차질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미 원청과 하청의 실질 관계를 둘러싼 분쟁 경험이 축적된 업종이라는 점도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업체 변경 시 고용·근속 승계 같은 요구는 생산계약 변경이나 협력사 재편 과정의 유연성이 줄어든다. 또 산업안전·처우 기준의 상향 요구는 관리 비용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지난 1월 기준 원청교섭 요구 대상으로 공식 적시한 현대자동차 하청 지회는 4개다. ▲경기지부 현대자동차남양비정규직지회 ▲전북지부 현대자동차전주비정규직지회 ▲충남지부 현대자동차아산사내하청지회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울산)으로, 조합원 수는 878명이며 소속 하청업체 수는 44곳으로 파악된다. 

    이들 지회가 각각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경우 원청인 현대차가 최소 4개 이상의 노조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속노조는 19개 원청을 상대로 64개 하청지회, 약 1만8433명 규모의 원청교섭 요구를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 측은 이중 원청교섭 추진 단위 조합원의 78%가 현대차그룹사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