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실무 면접 대신 체력시험 도입암리치 평형성 셔틀런 등 현업 요구 테스트 진행상황대처 면접 병행 판단력 순발력까지 종합 평가10개 매체 기자 중 유일하게 체력 테스트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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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타항공 현직 객실 승무원들이 전형을 설명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5번 탈락, 2번 탈락, 무릎 조금 더 높이 드실게요. 앞쪽으로 다리 더 뻗으셔야 합니다.”마치 항공사 채용 시험장이 아닌 체대 입시 실기 시험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8일 오후 기자는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 모의 체력시험 참가를 위해 찾은 강서구 발산역 인근 체대입시 학원.항공사 면접을 위해 안내받은 장소는 본사가 아닌 체육관이었다.이스타항공이 실무면접을 대신해 체력시험을 도입한 것은 작년 3월. 객실승무원을 단순 서비스 인력이 아닌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으로 보고 채용 단계에서 체력과 판단력을 검증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체력 검정을 도입했다.기존 입사 이후 체력 훈련을 진행했지만 이를 채용 단계로 앞당겨 입사 과정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이스타항공의 체력 테스트는 이미 객실 승무원 준비생들 사이에서 까다로운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포털 검색창에는 ‘이스타항공 체력시험 후기’, ‘체력 테스트 탈락’ 등 관련 검색어가 이어질 정도다.실제로 평가 항목 중 한 종목이라도 과락되면 그대로 탈락 처리된다.시간이 되자 현업 객실 승무원의 간단한 테스트 취지와 종목별 안내를 받고 바로 체력 측정에 돌입했다.이날 테스트가 진행된 체육관은 실제 전형이 이뤄지는 장소이며, 현직 사무장과 승무원 등도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인원이라는 설명이다. -
- ▲ 평형성 테스트는 두 눈을 가리고 있어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기자는 이날 취업 준비생의 자세로 돌아가 시험에 참여했다. 이스타항공이 요구하는 체력 기준을 일반인이 얼마나 통과할 수 있을지도 직접 확인해보고자 했다.첫 번째로 암리치 테스트가 진행됐다. 오버헤드빈에 있는 화재 진압 장비를 꺼내거나 승객의 짐을 옮기는 상황을 고려한 항목으로 기내 선반 높이를 반영해 약 2m 높이에 표시돼 있는 기준선을 넘기면 테스트를 패스하는 방식이다.실제 객실 승무원들은 이력서 상에 키와 같은 개인정보를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키가 작고 크고를 떠나 실제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테스트로, 취지를 살려 까치발도 허용된다.기자는 암리치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하고 다음 평형성 테스트로 이동했다.난기류 상황에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종목으로 눈을 감고 팔을 벌린 채 한쪽 다리를 90도로 앞으로 들어 올린 상태에서 어깨 너비의 사각형 구역을 벗어나면 탈락 처리된다. 눈을 뜨거나 발이 지면에 닿아도 탈락이다.평소 지하철 출퇴근으로 단련돼 있던 기자는 중심 잡기에 자신이 있었지만 눈을 감고 한쪽 다리를 드는 순간 추풍낙엽처럼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또한 주발인 오른발이 아닌 왼발도 측정을 하기 때문에 실제 응시자들 대부분이 항공사가 제시한 시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
- ▲ 데시벨 측정 공간은 측정 교관과 마주하고 노란색 라인 뒤에서 구호를 있는 힘껏 외쳐야 한다. ⓒ이보현 기자
다음으로 악력 테스트와 배근력 측정이 진행됐다.
비상 착륙 시 도어를 열거나 승객을 구조할 때 필요한 힘을 측정하고, 충격 상황에서 신체를 지탱하기 위한 근력을 확인하는 항목이다. 이 역시 오랜 기간 근력을 쌓아온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어 전형에 참가하기 전 가장 궁금했던 데시벨 측정이 눈길을 끌었다. 기내 탈출 상황에서 승객을 통제할 수 있는 발성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체육관 내부의 별도의 공간에서 “발목 잡아,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 실제 비상 상황에서 사용하는 구호를 순서대로 외친다.
실제 사무장이 정규 훈련 때마다 진행하는 훈련이라며 시연을 보였는데, 상냥하고 친절하게 안내하던 모습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360도 탈바꿈하는 대목이었다.
이후 호명과 동시에 좁은 공간으로 입장해 측정을 위해 대기하는 동안 고요한 침묵이 긴장감을 높였다.
사전에 블로그를 통해 데시벨 측정 꿀팁을 숙지한 결과 실제 상황처럼 소리를 지르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평소 있는 힘껏 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외쳤음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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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단계 통과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기자의 모습 ⓒ이스타항공
마지막으로 체력 측정의 하이라이트는 왕복 달리기였다.2002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도입한, 공포의 ‘삑삑이’로 불렸던 셔틀런 방식으로 신호음에 맞춰 20m를 반복해 달린다.횟수가 늘어날수록 신호 간격이 짧아지는 만큼 남성 기준 45회를 충족하기는 시작부터 부담으로 다가왔다.시작부터 20회까지는 여유가 있어 숨을 고르고 옷 매무새를 다듬기도 했지만 25회를 넘어서면서부터 숨이 가빠졌다.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함께 시작한 지원자들이 하나둘씩 탈락했지만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신호음에 쉴 틈 없이 스프린트를 이어갔다.마지막 45회를 마치자 시야가 흐려지고 하늘에 별이 보이며 체력 테스트는 모두 종료됐다.이날 10개 매체 기자 중 체력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본인이 유일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왕복 달리기 등 일부 항목은 기초 체력이 크게 작용할 만큼 높은 체력 수준을 요구한다고 느꼈다.이스타항공은 이러한 테스트를 위해 조직·인사 컨설팅 기업 머서의 자문을 받아 체력시험과 상황 대처 면접을 도입했다.강태영 이스타항공 인사팀장은 “과거 객실 승무원 면접은 심층적이기보다는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와 많아야 두 개 정도의 질문을 받는 방식이어서 응시자를 충분히 평가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테스트 도입을 통해 이러한 한계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말했다.또한 과거에는 학원과 과외 등을 통해 준비된 답변이 대부분이였던 점을 새로운 테스트를 통해 판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특히 이스타항공은 기존 항공사들이 3등급 이내의 국민체력100 인증서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자체 체력 테스트를 운영하며 변별력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체력 인증 3등급은 최소한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체력 수준으로 인증 등급이 개발돼, 건강 체력이 상위 70% 이상이고 신체 조성이 건강 권장 범위일 때 발급받을 수 있다.이날 측정을 진행한 우창완 이스타항공 사무장은 “초기에는 국민체력100 인증서 제출을 했으나 업무에 쓰지 않는 항목을 테스트하는 단점이 있었다”며 “여러 차례 시범 운영을 거쳐 종목을 선정해 체력 테스트를 운영 중이고, 1년에 한 번씩 받는 정규 훈련도 거의 이 기준에 준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모의 상황대처면접에서 특정 상황을 부여하고 토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이스타항공
또한 상황 대처 면접을 도입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제시하고 지원자의 판단력과 순발력, 우선순위 설정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6명 이상이 한 조가 되어 진행하는 그룹 미션과 개인 미션을 병행하며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함께 평가한다.현재 이 같은 채용 방식은 국내 항공사 중 이스타항공이 유일하다.최근 기내 난동, 화재 등 항공 안전 이슈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객실승무원의 역할은 서비스 인력을 넘어 안전 인력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는 항공사 채용 기준에 변화를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해외 항공사 중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100kg이 넘는 기내 카트를 밀고 당길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등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전 세계적인 흐름임은 분명했다.이스타항공은 최근 국토교통부의 2026년 정기 운수권 배분을 통해 인천~마나도, 부산~상하이, 대구~장자제 등 총 13개 노선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신규 취항할 예정이며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기조를 이어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