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준 6만3985건 … 매물 잠김에 이달 중 5만건대 진입 전망도양도세·실거주 유예 매물 출회 총력 … 대출 규제 탓 실효성 물음표장특공 줄이고 공정비율 높일 가능성 … '文정부 패닉장' 다시 오나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밀집 상가.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밀집 상가. ⓒ뉴데일리DB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8만여건으로 최대치를 찍었던 매물 수는 이후 급감해 현재 5만건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을 포함해 '전세 낀 주택' 전체의 실거주를 유예해주는 극약처방을 내놨지만 추가로 풀릴 매물은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시장 내 중론이다.

    시장은 정부의 다음 플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물 감소세와 그간 정부의 정책 행보를 감안할 때 6월 지방선거 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축소와 보유세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이전 진보정권 때마다 보유세 등 세제 강화는 집값 폭등으로 직결됐던 만큼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 시즌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늘었던 매물이 다시 빠르게 감소하며 집값도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양도세 중과 부활 공포가 시장을 덮쳤던 지난 2월 정부는 다주택자가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인 지난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와 매매 계약을 마친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겠다고 했다.

    지난달 1일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통해 다주택자의 수도권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면서도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도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줬다. 

    또한 전날에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을 포함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토허제 실거주를 미뤄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정부가 '갭투자'를 사실상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규제에 각종 예외 조항을 덧붙여 정책 신뢰 저하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땜질식 처방'을 내놓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3985건으로 지난 5일(7만403건) 대비 9.12% 줄었다. 일주일 만에 매물이 7000가구 가까이 급감하면서 이달 내 5만가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지난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다주택자들의 매도 실익이 낮아진 만큼 매물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다음 규제로 장특공 축소와 보유세 강화를 점치고 있다. 토허제 실거주를 미뤄주긴 했지만 대출규제로 인해 추가로 풀릴 매물은 제한적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실거주 유예와 별개로 대출 제한, 양도세 중과는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다음 스텝으로 세제 개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특공은 보유 기간 최대 40%, 거주 기간 최대 40%씩 최대 80%까지 양도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이 중 보유 기간에 대한 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거주 기간에 대한 공제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는 범여권이 발의한 장특공 폐지 또는 축소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2건 계류돼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1인당 평생 2억원 한도까지 공제해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최혁진 무소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보유 기간별 공제율을 삭제하고 거준 기간별로 공제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보유세 경우 세율을 건드리기보다는 현재 60%로 책정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아파트 시세와 공시가격 현실화율, 세율과 함께 보유세 산정에 반영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비율을 조정할 수 있고 직접적인 세율 인상보다 조세저항도 덜해 우선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정부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80%에서 95%로 단계적으로 높인 바 있다.

    다만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6월 1일이고 시행령 개정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보유세 개편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69%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추진될 수 있다.

    문제는 현 정부와 비슷한 정책 행보를 보였던 문 정부는 시장과의 싸움에서 철저하게 패했다는 것이다. 양도세에 보유세 강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되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의 패닉바잉(공황매수)을 초래했고 2021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3.5%나 폭등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하반기 중 시행령을 고치고 내년 부과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점차 올리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며 "다만 명확한 공급 시그널 없이 양도세에 이어 보유세까지 올렸다간 매물 잠김과 집값 폭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