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현금수송업계 수익성 악화 … “현금 접근성 저하 우려”화폐발행잔액 215조원, 5만원권 중심 현금 수요는 지속유가 급등에 현금수송업계 부담 확대 … ATM 운영비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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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결제가 현금을 밀어내면서 화폐유통망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현금은 215조원까지 늘었지만 ATM 운영업체와 현금수송업계는 경영난에 직면했고, 한국은행도 화폐유통 인프라 붕괴 가능성을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2026년 상반기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 정기회의를 열고 현금 유통 인프라 유지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국은행과 한국조폐공사, 시중은행, 현금수송업체, 비금융 ATM 운영업체, 소매유통업체, 소비자단체 등 총 24개 기관이 참석했다.

    한은은 최근 현금 사용 감소가 단순 결제 방식 변화 수준을 넘어 화폐유통망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기원 한은 발권국장은 "현금수송업체와 ATM 운영업체 등의 수익성 악화가 현금 접근성과 수용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화폐유통시스템의 안정적 유지가 중요한 책무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현금 사용 비중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시중 화폐발행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약 215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고액권 수요 확대 영향으로 5만원권 중심의 현금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금을 실제 유통하는 인프라는 빠르게 수익성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현금수송업계는 현송 경로 최적화와 신규 사업 확대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운영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현금 운송 특성상 차량 운영비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비금융 ATM 운영업체들도 ATM 이용 실적에 따라 기기를 재배치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모바일 현금카드 기반 QR 입출금 서비스와 배리어프리 ATM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하드웨어 교체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역시 점포 축소 흐름 속에서 현금 접근성 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금융 소외지역을 중심으로 3인 이하 소규모 출장소를 확대 운영하며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도 고민이 깊다. 일부 소매유통업체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 현금 결제 인프라는 유지할 계획이지만 현금 관리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결제가 확대되면서 현금 취급 비용 대비 효율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금 없는 사회로 급격히 이동할 경우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재난이나 통신 장애 상황에서는 현금이 사실상 최후의 결제수단 역할을 하는 만큼 최소한의 화폐유통망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와 협력 체계를 확대해 화폐유통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