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온라인몰-거점도매-생활형 채널 확대 동시 진행판매량보다 수익구조 경쟁 … 상위 제약사 이익 격차 확대물류·재고·주문 데이터 직접 확보 … 유통 통제력 강화 움직임도매·약국 영향력 흔들 … "이젠 누가 흐름 통제하느냐의 경쟁"
  • ▲ 거점도매와 온라인 플랫폼, 생활형 채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 제약업계 경쟁축도 제품과 영업 중심에서 공급망·데이터·소비자 접점 확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hatGPT 생성 이미지
    ▲ 거점도매와 온라인 플랫폼, 생활형 채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내 제약업계 경쟁축도 제품과 영업 중심에서 공급망·데이터·소비자 접점 확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국내 제약사들이 약을 파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기 시작했다. 거점도매를 통한 공급망 재편, 병·의원과 약국 대상 온라인몰 확대, 다이소·퀵커머스·창고형 약국 진출까지 최근 업계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이 동시에 맞물리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유통 효율화나 소비자 접점 확대처럼 보이지만 업계 안쪽 시선은 다르다. 단순 물류 혁신이나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제약사들이 유통과 플랫폼 자체를 직접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웅제약은 전국 권역별 거점도매 체계를 구축하며 배송·재고·반품 흐름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유통시장에서는 플랫폼 기업과 제약사 계열 온라인몰이 병·의원과 약국 주문 채널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소비자 시장 역시 다이소, 퀵커머스, 창고형 약국 등 생활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배경에는 기존 성장공식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은 영업망이었다. 얼마나 많은 영업사원을 보유했고, 얼마나 강한 병·의원 네트워크를 가졌느냐가 처방과 실적을 좌우했다. 제품력보다 영업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가는 정부 통제로 묶여있고 제네릭은 넘쳐난다. 영업대행업체(CSO)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영업망만으로 성장을 만드는 구조에도 한계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레드오션이되면서 업계에서는 단순 판매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상위 제약사 5곳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8조9887억원으로 전년 8조2522억원에 비해 8.9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505억원에서 7086억원으로 28.7% 늘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폭이 훨씬 컸다.

    업계에서는 이제 단순 판매량보다 고마진 품목과 공급망 효율화, 유통구조 재편을 통해 누가 먼저 '수익이 남는 구조'를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웅제약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0.4%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33.0% 늘었고, 유한양행과 GC녹십자 역시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90.1%, 115%를 기록했다. 반면 종근당은 매출이 6.67%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18.9% 감소했다. 같은 시장에서도 누가 먼저 수익이 남는 구조를 만들었냐에 따라 실적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새롭게 주목한 것이 공급망과 데이터다.

    A제약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업사원이 병·의원과 약국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재고 흐름과 주문 데이터, 소비자 접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제약사들이 이제 단순 판매보다 공급망 자체를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전과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 ▲ 광주 광산구 소재 창고형 약국. 251004 ⓒ뉴시스
    ▲ 광주 광산구 소재 창고형 약국. 251004 ⓒ뉴시스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실험은 단순 물류 효율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역별 재고 흐름과 배송, 반품 구조를 직접 관리하고 AI 기반 재고관리시스템(DCM)과 배송관리시스템(TMS)까지 구축하기 시작했다.

    과거 도도매 체계에서는 시장 재고 흐름이 분산돼 있었다면 이제는 제약사가 공급망 전체를 직접 들여다보고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블루엠텍, 바로팜, 온라인팜 등 온라인 플랫폼 확대 역시 같은 흐름이다. 단순 주문창고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병·의원과 약국의 주문 품목과 구매 주기, 지역별 수요와 재고 흐름까지 실시간으로 축적한다.

    이 데이터는 향후 영업과 마케팅, 재고 운영, 신제품 출시 전략까지 연결될 수 있다. 결국 플랫폼 경쟁의 핵심 역시 판매량보다 거래 흐름과 데이터를 누가 쥐고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이소와 창고형 약국 확대 역시 같은 흐름이다. 과거 일반의약품과 건기식은 약국 상담 중심 소비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과 접근성, 즉시 구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강해지면서 생활형 플랫폼 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제약사들도 더 이상 약국 안에서 소비자를 기다리지 않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제약사들이 노리는 것은 단순 판매 확대만이 아니다. 유통과 주문, 소비자 접점과 거래 데이터를 직접 장악하면서 중간 유통의존도를 줄이고 수익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약가 통제와 제네릭 경쟁이 반복되면서 과거처럼 판매량만 늘려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결국 제약사들도 물류와 플랫폼, 소비자 접점을 직접 확보하면서 중간 비용을 줄이고 수익이 남는 구조를 새로 만들려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나 의약품 유통업계 반발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점도매는 기존 도도매 구조를 흔들고,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 영업과 중간 유통 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이소와 창고형 약국 역시 약국 중심 소비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과거와 다르다. 예전에는 약사 사회 반발이나 유통 갈등이 커질 경우 제약사들이 확장 전략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판매 채널 확보와 데이터 기반 유통체계 구축을 더 중요한 과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는 단순 유통 갈등이 아니라 도매와 약국이 나눠 가졌던 영향력이 플랫폼 안으로 다시 집중되는 과정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미 산업의 성격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제약사는 약을 만들어 도매상에 넘기는 제조업체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물류와 주문, 소비자 접점, 거래 흐름까지 직접 관리하는 통합 유통사업자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B약품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떤 약을 갖고 있느냐와 얼마나 강한 영업망을 보유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주문과 재고, 소비자와 데이터를 쥐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도 이제 어떤 약을 만드느냐보다 누가 흐름을 통제하느냐의 산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