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투표율 89.16%, 찬반 양측 결집 반도체 부문 노조원 수 압도적, 가결 유력DX 노조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주주단체도 소송 움직임찬반 투표 가결 이후에도 법적 분쟁 등 후폭풍 우려
-
- ▲ ⓒ뉴데일리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성과급 잠정합의안이 가결 수순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태가 봉합 국면으로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충돌은 피할 수 있어도 성과급 격차, 노조 간 대표성 논란, 주주권 침해 주장, 계열사 보상 요구가 동시에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임단협 테이블을 넘어 조직 안정, 지배구조, 투자 여력, 그룹 보상체계 전반을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26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8시 기준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는 5만1091명이 참여했다. 투표 대상 선거인 수는 5만7302명으로, 투표율은 89.16%다.투표는 지난 22일 오후2시 시작됐고 오는 27일 오전10시 마감된다. 가결 요건인 과반 참여는 이미 충족됐다. 조합원 상당수가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대상인 DS부문 소속인 만큼 업계에서는 합의안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그러나 가결이 곧 갈등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아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메모리사업부 일부 직원은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와 특별경영성과급을 합쳐 1인당 최대 6억원 안팎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반면 스마트폰·가전·TV를 담당하는 DX부문은 성과급이 600만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성과급 6억원 대 600만원, 같은 회사 안의 다른 보상삼성전자 내부 갈등의 본질은 성과급 규모보다 배분 기준에 있다. 메모리사업부는 AI(인공지능) 메모리 호황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는 반면, DX부문은 이번 특별성과급 구조에서 사실상 소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모리와 DX 간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비메모리 부문도 사정은 단순하지 않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은 같은 DS부문에 속해 있지만 메모리사업부보다 낮은 성과급이 예상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비메모리 부문의 특별성과급은 1억6000만원대, 총 성과급은 2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절대 금액은 작지 않지만 메모리사업부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문제는 이 격차가 단순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반도체연구소, DX부문이 한 회사 안에 묶인 구조다. HBM, 선단 공정, 첨단 패키징 경쟁력 회복에는 여러 조직의 기여가 함께 작용한다. 그럼에도 보상이 특정 사업부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면 성과급은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업부 간 위화감을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동행노조 법정 대응, 합의안 정당성도 쟁점노조 간 갈등도 법정으로 번지고 있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 동행은 이날 수원지법에 찬반투표 절차 중지 등 가처분 신청냈다. 동행노조는 공동교섭 과정에서 DX부문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투표 참여에서도 배제됐다는 입장이다.동행노조는 앞서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꾸렸지만 DX부문 의견 반영 문제를 이유로 이탈했다. 이후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중심으로 잠정합의안이 도출됐고, 동행노조 조합원의 투표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합의안이 통과되더라도 공동교섭단 지위, 투표권 배제, 대표성 문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회사 밖에서는 주주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삼성전자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청구했고, 회사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단체는 명부 확보 이후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노사 잠정합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특히 특별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현금 유출을 줄이는 장치로 볼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 보유 자사주가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이전되는 구조다. 노사 합의가 임금협상 차원을 넘어 주주가치와 이사회 권한 논란으로 번지는 대목이다.◇계열사 도미노와 투자 여력 논란이 다음 변수후폭풍은 삼성전자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전자 계열사에서도 삼성전자식 성과급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올해 임금협상을 마친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각각 6.2%, 5.9%, 4.0%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수억원대 성과급 사례가 현실화할 경우, 계열사 노조와 직원들이 기존 성과급 산정 방식이나 연봉 대비 낮은 보상률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에서는 성과급 산정 방식 개편 논의도 거론되고 있다.재계가 더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투자 여력이다. AI 반도체 경쟁은 HBM, 선단 공정,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투자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나 사업성과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투자재원과 연구개발 여력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총파업 리스크를 낮춘 대신 더 복잡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부별 보상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지, 동행노조의 법적 대응을 어떻게 관리할지, 주주단체의 문제 제기에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 계열사로 번지는 성과급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가 모두 남은 변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