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0.8주 배정, 발행주식 1654만주서 2978만주로 확대LS전선 지분 확대에 1년여 전 자진상폐설…이번엔 유동성 확대 신호4조원대 버스덕트 수주…AI 데이터센터 수혜 숫자로 확인상장 유지 실익 커졌나…자회사 IPO 논란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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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전선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의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온전선 미국 자회사인 LSCUS ⓒ가온전선
불과 1년여 전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거론됐던 가온전선이 이번에는 주식 수를 늘리는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대주주인 LS전선의 지분 확대 과정에서 "상폐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회사가, 이제는 상장사로서 유통 물량을 늘리고 투자자 접근성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가온전선은 지난 16일 보통주 1주당 0.8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1323만4492주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수는 기존 1654만3115주에서 2977만7607주로 늘어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다음 달 1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다음 달 23일이다. 무상증자 재원은 자본잉여금인 주식발행초과금 661억7246만원이다.즉, 내달 1일까지 가온전선 주식 1주를 보유한 모든 주주에게 0.8주의 주식이 추가로 배정되는 셈이다. 이러한 기대효과로 17일 오전 기준 가온전선은 상한가를 기록해 주당 34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무상증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회사에 새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회계상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겨 주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주주는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나지만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그만큼 조정된다. 기업가치가 갑자기 커지는 것은 아니다.그런데도 가온전선이 무상증자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 확대다. 가온전선은 최대주주인 LS전선 측 지분율이 80%를 넘는다.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 않아 ‘품절주’ 성격이 짙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혜 기대감이 붙으면서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주가가 오를수록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 주를 사는 데 필요한 금액 부담도 커졌다. 이번 무상증자는 주식 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고 투자 문턱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이번 무상증자는 회사의 성장 성과를 주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결정으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며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눈여겨볼 대목은 1년여 전과 정반대의 메시지다. LS전선은 지난해 가온전선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 등으로 지분율을 크게 높였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700억원 한도 안에서 가온전선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당시 LS전선의 가온전선 지분율은 81.62%였고, 계획대로 매입이 이뤄졌다면 지분율은 90.2%까지 높아질 수 있었다.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자진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90%를 넘어서면 향후 잔여 지분을 추가 확보해 상장폐지까지 추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LS전선은 당시 "상장폐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가온전선 주가가 예정 매입가보다 크게 오르자 LS전선은 장내매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이번 무상증자는 LS전선이 가온전선을 상장사로 두고 유동성을 키워 핵심 자회사로 활용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신호로 읽힌다.이러한 배경에는 확실한 '숫자'가 있다. 가온전선은 올 1분기 매출 7636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4%, 영업이익은 27.2% 늘었다.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과거 중저압 전선 중심의 전통 제조업체로 평가받던 가온전선이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를 타고 성장주 성격을 보이기 시작했다.최근 한 달간 수주도 몰렸다. 지난달 18일 미국 자회사 LSCUS는 미국 빅테크 A사와 향후 5년간 버스덕트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약 500억원 규모 공급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누적 공급 규모가 최대 4조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계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버스덕트 공급 계약으로 평가됐다.이달 4일에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약 350억원 규모의 송전용 케이블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가온전선이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용 케이블 시장에 처음 진입한 사례다. 회사는 올해 AI 데이터센터 관련 케이블 매출이 1000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미국 태양광 발전단지 전력망 구축 사업에도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어 미국향 전력 인프라 매출이 연간 2000억원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버스덕트 고객군도 넓어지고 있다.LSCUS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총 5조원을 웃도는 버스덕트 장기 공급계약을 확보한 상태다. 이달 9일에는 생성형 AI 기업 O사의 데이터센터에 약 600억원 규모 버스덕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 중심이던 고객군이 생성형 AI 기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가온전선은 올해 AI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미국 증설 계획도 맞물렸다.LSCUS는 5000만달러, 약 760억원을 투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 공장에 신규 생산라인 2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올해 10월 1차 라인, 내년 4월 2차 라인이 순차 가동된다. 증설이 끝나면 생산라인은 총 4개로 늘고, AI 데이터센터용 송전 케이블 생산능력은 기존의 두 배가 된다.수주잔액도 이미 쌓여 있다.LSCUS는 현재 약 2억달러 규모의 수주잔액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0월 가동 예정인 1차 증설 물량도 대부분 예약된 상태다. 회사는 LSCUS 매출이 지난해 약 3억달러에서 올해 5억달러 수준으로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LS전선이 비상장사라는 점도 가온전선의 상장 유지 실익을 키운다. LS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대표 기업이지만 일반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수 없다. 반면 가온전선은 상장사다. 시장에서는 가온전선을 LS전선의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성장성을 간접적으로 살 수 있는 창구로 보기 시작했다. LS전선 본체가 비상장인 상황에서 가온전선의 상장사 활용 가치가 커진 셈이다.일각에서는 LS그룹의 중복상장 논란도 이번 결정을 이해하는 배경 중 하나로 본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등 계열사 IPO 추진 과정에서 중복상장 논란을 겪었다. 핵심 사업을 자회사 단위로 따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계열사 추가 IPO를 밀어붙이기에는 시장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다.반면 가온전선은 이미 상장돼 있다. 신규 IPO처럼 중복상장 논란을 새로 키우지 않으면서도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사업의 성장성을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LS그룹 입장에서는 가온전선을 상폐시키는 것보다 상장사로 남겨 유동성을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다만 무상증자를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보기는 이르다. 배당처럼 현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사주 소각처럼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신주를 받기 때문에 지분율도 그대로다. 총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관건은 늘어난 주식 수만큼 실제 거래가 활발해지고, AI 데이터센터 관련 계약이 실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느냐다. 4조원, 5조원이라는 숫자는 장기 공급계약과 전망치 성격이 강하다.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과 개별 발주 속도에 따라 실제 매출 인식 규모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