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월 43만8천원 적자 … 고소득층, 월 344만5천원 흑자저소득층, 소득 줄고 지출 늘어 … 고소득층, 이전소득 급증
  • ▲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가계 살림살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저소득층의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반면 고소득층의 여윳돈은 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계층간 격차가 확대됐다. 반도체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그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31일 연합뉴스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실질 흑자액은 -4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1분위 적자 규모는 1분기 기준으로 201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37만1734원), 2023년(-41만7597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모든 분기를 통틀어도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가계가 실제로 저축이나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의미한다. '마이너스'는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지출을 메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반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22년(390만2877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최근 4년 간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따라 1분위와 5분위 간 흑자액 격차는 388만4000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2022년 이후 최대치다. 

    이 같은 격차를 키운 것은 엇갈린 벌이와 씀씀이다.

    1분기 가구의 살림살이는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지출은 되려 늘어나면서 악화했다. 올해 1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79만2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 뒷걸음질쳤다. 전체 소득이 60% 이상을 떠받치는 이전 소득이 2.6%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에 반해 소비지출은 123만1000원으로 5.1% 증가했다. 식료품(3.3%)·보건(6.5%) 같은 필수 항목이 늘어난 가운데 교통·운송(33.8%) 오락·문화(23.4%) 같은 선택성 지출 증가폭도 커졌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빠르게 늘면서 저소득층 가계 부담이 한층 더 커졌다. 

    5분위 가구는 지출을 늘리고도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여윳돈이 오히려 늘어났다. 

    5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814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근로소득 증가세는 0.4%에 머물렀고 사업소득은 3.0% 뒷걸음질 쳤지만 사적이전소득을 중심으로 이전소득이 22.6% 급증하면서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비소비지출은 가구 간 이전지출(-7.6%) 등을 중심으로 1.0%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470만원으로 4.8% 늘었다. 교통·운송(10.1%), 보건(10.7%), 교육(4.8%), 음식·숙박(2.3%) 등 주요 항목에서 소비가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고착화될 경우 계층 간 격차는 더 확대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가 지속돼 저소득층 가계 부담은 커지는 반면 반도체 호황과 대기업 임금·상과금 상승영향으로 고소득층 소득은 늘어나면서 계층간 체감경기 차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생산량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적고 수출 중심 사업으로 내수나 고용으로 확산되는 낙수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계층은 소득이 증가하며 그 외 계층과 격차가 확대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