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서울시장 선거 결과 노골적 불만 드러내재산 수준과 정치 성향 직결시켜 유권자들 비하정치중립 위반에 "공정한 심판자 자격 있나" 비판대통령은 "겸허히 수용" 강조했는데 정반대 메시지장관급 기관장 정치 편향 논란에 공정위 신뢰도 타격
  •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뉴시스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6·3 지방선거 서울시 선거 결과를 두고 특정 지역 유권자를 '내란 맹신자'로 규정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삭제했다. 장관급 경제규제 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선거 결과를 정치적으로 해석해 국민을 갈라치기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5일 정치권과 공정당국 등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당별 서울시 득표 결과를 공유한 게시물을 인용하며 "시민의 권리 행사가 이렇게 돈의 질서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네요"고 적었다. 이어 "내란을 일으켜도 상관없는 맹신인가? 맹목인가? 아니면 자기기만인가?"라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이 공유한 게시물은 서울시 지도 위에 동별 투표 결과를 색상으로 시각화한 자료였다. 집값이 비싼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중심으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붉은색이 짙게 칠해져 있었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북 등 다른 지역들은 푸른색으로 선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부유한 동네일수록 보수 정당에 표를 던진 투표 결과 지도를 보고 "돈의 질서", "내란 맹신"이라며 비판을 가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참정권 행사를 특정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단하고, 재산 수준과 정치적 성향을 직결시켜 유권자를 공개적으로 비하했다는 점에서 공직자로서의 기본 소양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게시물은 논란이 확산되자 게재 17시간 만인 5일 오전 11시께 삭제됐다. 하지만 캡처 화면은 이미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진 뒤였다.

    주 위원장의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공무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가 크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장관급 경제 기관의 수장이 선거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은 이 같은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단순한 개인 의견 표명으로 보기 어렵고, 공정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한 사실상 국가기관의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정부는 지방선거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 것"이라며 "소속 정당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선출된 지방정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통령이 민심 수용을 공식 천명한 바로 그날, 장관급 인사가 선거 결과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더 나아가 이번 발언은 주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의 잇단 대기업 규제 드라이브와도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공정위는 현재 40명 규모의 국 단위 조직인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1996년 출범 이후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지배구조 문제 등을 집중 조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다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비판 속에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된 조사국을 사실상 부활시키려는 시도로 재계는 보고 있다.

    공정위는 또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수준, 경영 건전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 개발에도 착수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기업 줄 세우기'이자 시장 개입의 전초전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주 위원장의 반기업적 시각이 공정위 정책 전반에 투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