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세 수입 10조 돌파 전망에 농어촌 기본소득 상설화 '만지작' 전국 확대시 연간 4.9조 … "기반 시설 투자 상충·세수 변동성"전문가 "변동성 큰 재원으로 상설 사업 도입 시 재정 리스크"
  • ▲ 전남 담양군 수북면에서 한 농민이 이양기로 모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 전남 담양군 수북면에서 한 농민이 이양기로 모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 중 시범대상지를 선정해 실거주 주민 모두에게 매달 15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당초 7개 군에 한정됐던 시범사업은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0개 군으로 확대된 데 이어 최근 7개 군이 추가 선정되면서 총 17개 군으로 늘어났다. 

    나아가 최근 정부는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 확대와 지급액 상향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제도의 상설화를 시사한데다 주식시장 활황에 농어촌특별세(농특세) 세수 급증으로 재원 여력이 커졌다는 명분에서다. 다만 제도 시행이 4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부 사례만을 근거로 현금성 복지를 섣불리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농특세 수입은 5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5%(3조4000억원) 급증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은 것으로, 연간 처음으로 9조원을 넘어선 지난해(9조2000억원) 농특세수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농특세가 13조6000억원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농특세는 코스피 상장 증권 거래액의 0.15%, 취득세의 10%, 종합부동산세의 20% 등에서 자동 부과되는 목적세다. 국내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의 거래 규모가 늘어날수록 세입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농어촌 기본소득에 급증한 농특세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X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 충북 옥천군의 인구 증가 사례가 소개된 기사를 공유하며 "농어촌 기본소득 2년 한시 도입인데도 이 정도 효과인데, 이를 영구적으로 도입하고 금액을 상향하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농특세의 용도 전환이라는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까지 직접 띄웠다. 농로와 교량 등 기반시설 확보에 쓰이던 농특세를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제도가 지역 소멸 방지는 물론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값 문제 완화, 노후 보장까지 해결하는 '일석다조'의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공들여온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시절인 2022년 전국 처음으로 연천군 청산면에 첫 도입된 바 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농어촌 주민에게 1인당 최대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다고 공약했다.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며,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농어촌기본소득이 2026~2027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군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5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산정한 연간 재정 소요액 4조9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농경연은 "시범사업의 지속성과 본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서는 법제화와 중장기 재원 조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농어촌특별세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나, 기존 농어촌 기반 시설 투자와 상충되고 세수 변동성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후속 조치로 농어업 지원·발전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이후 일몰 기한이 3회 연장돼 현재 2034년 6월 30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세수 규모가 주식과 부동산 시장 상황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취약하다. 향후 경기 침체나 자산 거래 위축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상존한다. 

    농특세와 농어촌 기본소득을 연계하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충당되고 있다. 

    아울러 농특세를 농어촌 산업 기반시설 확충과 농어촌 지역개발 사업에 투입되는 대신 현금성 지원사업에 투입될 경우 농어촌 인프라와 지역 개발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농촌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투자를 후순위로 미루고 소득 지원에 예산이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이 현재 반도체 산업 호황에 초과이익 배분 논의를 꺼내드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경기와 업황에 따라 언제든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영구적 이익이 아니다"라며 "변동성이 큰 재원을 기반으로 상설 사업을 도입하는 것은 재정 운용 측면에서 매우 큰 리스크로, 미래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