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종전에도 물가 상방위험 지속 … 5월 소비자물가 3.1%유가 충격 6개월 뒤 서비스·공업제품 전이, 하반기 3% 물가 전망AI·반도체 성과급 확산 경계 … 임금 상승이 새 변수네 차례 연속 물가 경고 … 7월 금통위 긴축 기조 주목
  • ▲ ⓒ연합
    ▲ ⓒ연합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를 이유로 다시 한번 긴축 필요성을 시사했다. 중동 종전 기대에도 한국은행은 고유가 충격의 후폭풍과 임금 상승 압력, 환율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한 달 새 네 번째 이어진 매파 메시지에 시장의 관심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신 총재는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연초 2.0% 수준까지 낮아졌던 물가는 2월 말 중동 전쟁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며 5월 3.1%까지 높아졌다.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선 수치다. 생활물가 상승률도 3%대 초반까지 오르며 취약계층의 체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은은 종전 협상이 진전되더라도 물가 경로의 상방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공급망 복구, 각국의 전략 비축 수요 등을 고려하면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안팎에서 등락하며 수입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신 총재는 유가 충격의 '2차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한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를 분석한 결과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류 가격을 끌어올린 뒤 약 6개월 후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돼 1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항공료와 단체여행비 상승으로 근원물가가 2.5%까지 오른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신 총재는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여타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다"며 물가 충격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 근원물가는 2% 중후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은은 최근 AI·반도체 호황으로 일부 IT 대기업에서 나타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임금 상승 흐름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명목임금 상승률은 3.4%였는데 이 가운데 IT 부문 특별급여 기여도는 1.3%포인트에 달했다. 일부 업종의 성과급 확대가 다른 산업의 임금 협상으로 번질 경우 수요와 비용 양 측면에서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금 상승 또한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2년 9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돌아섰고 일본은행도 물가 압력을 이유로 정상화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5월 소비자물가 4.2%, 생산자물가 6.5%, 비농업부문 고용 17만 2000명 증가 등 견조한 지표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후퇴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의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기대에도 물가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신 총재의 잇따른 물가 경고를 사실상 7월 금통위를 향한 정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와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 창립기념사에 이어 이날까지 공개석상에서 네 차례 연속 물가 상방 위험을 언급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