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인력·전산·리스크 관리, 운영 부담 커진 은행권MSCI·WGBI 겨냥한 시장 개방 … 비용은 현장이 감당거래시간 늘었지만 심야 거래 2.4%, 고정비 부담 현실화"시장 선진화 필요하지만 비용 분담 논의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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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외환시대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곳은 은행 딜링룸이다. 이제 딜링룸의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제도 개편의 이면에서는 야간 인력과 전산 투자, 리스크 관리 등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운영 부담이 커지면서 숨은 비용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은 이날부터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운영된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선물환(NDF) 시장 의존도를 줄여 외환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외환시장 선진화 작업의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반면 은행권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래시간 확대보다 운영 부담이다. 기존에는 주간 거래와 새벽 2시 마감 체제에 맞춰 딜링룸을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야간에도 실시간 호가 제시와 거래 체결, 포지션 관리, 결제 확인, 이상 거래 모니터링, 전산 장애 대응 체계를 상시 유지해야 한다. 딜러뿐 아니라 리스크관리, 결제, 준법감시, 정보기술(IT), 보안 조직까지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특히 외환 딜러는 단기간에 충원하기 어려운 전문 인력이다. 교대근무 체계가 상시화되면 인건비와 야간수당은 물론 백업 인력 확보, 교육, 복지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늘기 전까지는 투자 효과보다 고정비 증가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24시간 거래는 딜러 몇 명을 더 두는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관리와 결제, IT 운영, 보안 체계를 모두 24시간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며 "시장 선진화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초기 투자와 운영비는 사실상 은행이 먼저 부담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량이 얼마나 따라올지도 미지수다. 지난해 7월 외환시장 거래 마감 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연장했지만 거래의 중심은 여전히 서울장에 머물렀다. 지난 6월 기준 전체 원·달러 거래의 77.3%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 사이에 집중됐고, 오후 10시30분부터 오전 2시까지 심야 거래 비중은 2.4%에 그쳤다. 거래량은 아직 제한적인데 운영체계만 24시간으로 확대되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은 당분간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외환시장 관리 역할을 잇달아 주문하는 것도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외환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투기성 외환거래 관리 강화를 요청했고, 주요 은행의 외국환포지션 점검도 기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한시 강화했다. 고도화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감독조치 유예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대신 은행별 자체 외화유동성 관리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

    현장에서는 요구는 늘어나지만 실제 대응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시중은행은 대부분 고객 주문을 처리하는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고 있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나 글로벌 달러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가 아니다. 최근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661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달러 보유 수요가 커졌지만, 창구에서 예금금리를 일부 조정한다고 기업의 환전 시점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수요 거래를 면밀히 확인하고 투기성 자금 유입 가능성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친다. 환율 방향을 바꾸기보다 시장 교란 가능성을 관리하는 역할에 가까운 만큼, 정책적 요구와 실제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스템 투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전산 장애 허용 범위는 좁아지고, 야간 시간대 사고가 발생하면 복구와 고객 대응까지 모두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 자동 헤지 시스템과 백업센터 운영,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사이버 보안 투자 역시 거래량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고정비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를 넘어서는 고환율 국면에서는 야간 유동성 부족이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어 리스크 관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운영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큼 야간 유동성 확보와 결제 인프라, 운영비 부담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은행은 투자 부담에 비해 수익 확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4시간 외환시장은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을 떠받치는 인력과 시스템, 리스크 관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제도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