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16.9%·쌀 15.1%↑… 상반기 먹거리 물가 줄줄이 상승식료품 물가 OECD 평균보다 46% 높아 … 스위스 이어 두 번째정부 할인 지원에도 역부족 … "구조적인 물가 상승 해소 어려워"
  •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식품업계와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뛰고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물가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12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조기 가격은 1년 전보다 16.9% 뛰어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쌀은 15.1%, 인삼은 14.6%, 망고는 13.1%, 감자는 10.5% 올랐다. 조기값 급등의 배경에는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어선들이 출어를 줄이거나 조업을 포기하면서 국내산 참조기 공급이 급감했다.

    가공식품 물가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가공식품 중에서는 북어채가 전년 동기 대비 15.1%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는데, 러시아·미국산 명태 수입 통관가(고환율)와 해상운송·냉동보관 물류비(고유가)가 동시에 오른 여파로 분석된다. 고추장(12.1%), 젓갈(10.5%), 단무지(10.4%)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된장(8.8%)·간장(8.4%) 등 장류 제품군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실제 시장에서도 식품 가격 인상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대표 외식 메뉴 상당수는 이미 1만원을 넘어섰고 삼겹살과 냉면, 삼계탕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아울러 63뷔페 '파빌리온'을 비롯해 웨스틴조선서울 '아리아', 포시즌스호텔서울 '더 마켓 키친', 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 롯데호텔서울 '라세느' 등 주요 호텔 뷔페들이 올해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28일 단품 버거류 22종 가격을 평균 2.9% 인상했다. 제품별 인상 폭은 100~300원으로 대표 메뉴인 '리아 불고기'와 '리아 새우'는 100원씩 올라 5100원에 판매된다. 롯데칠성음료도 칠성사이다·펩시콜라·밀키스·칸타타·핫식스 등 12개 음료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는데, 2024년 6월 이후 2년 만의 가격 조정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고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특히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체감물가는 공식 물가보다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표도 있다. OECD 구매력평가(PPP) 기준 물가수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수준은 146으로 OECD 평균(100)보다 4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38개 회원국 가운데 스위스(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22년에는 OECD 2위, 2023년에는 1위, 지난해 다시 2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연속 세계 최고 수준의 식료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의 식료품 물가 수준은 121, 미국 107, 프랑스 100, 독일 95.2, 영국 91.4 등 모두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 수준은 OECD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식료품 가격은 최상위권을 기록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먹거리 물가 상승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수급 안정, 가격 담합 점검 등을 통해 물가 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과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쟁 장기화와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기후변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도 있어 먹거리 물가가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할인 지원과 수급 안정 대책은 급격한 물가 상승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