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로 돈 벌자' 실없이 웃게 만드는 마이애미 광고학교 모집 광고

  한 남자가 무개차를 타고 운전한다. 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는 금발머리(!)가 흥겹게 노래한다. 운전자가 샴푸병을 들어 부드러운 머릿결의 비밀을 알려준다. 카메라 앵글이 이동하며 세트 한 구석 팻말로 향한다. “네, 이 짓 하고도 돈 받습니다.” 마이애미 광고학교의 시리즈 광고 중 한 편이다. 

  이 시리즈의 다른 편도 엉뚱하긴 매한가지다. ‘피아노’ 편에선 인도의 가네샤 여신처럼 수많은 손을 가진 남자가 피아노를 치며 데오도란트를 뿌리고, ‘나무늘보’ 편에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나무늘보들이 신나는 춤곡을 부른다. 어렵게 살던 시절 우리나라 어른들이 이 시리즈 광고를 보셨다면 제작진에게 일갈하셨을 것이다. “밥 먹고 참 할 짓도 없다!” 광고학교 원생 모집 광고에서 이렇게 광고를 ‘쓸데없고’ ‘멍청해’ 보이도록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   인터넷 속어 중 “잉여력”이란 말이 있다. ‘남아도는 능력’이란 의미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단지 남을 웃겨 보려고, 혹은 남을 놀리거나 놀래려고, 또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시간과 정성, 혹은 기술이 필요한 장난을 정성껏 해낸 후 ‘인증’하거나 ‘업로드’하는 사람을 ‘칭찬’할 때 쓰는 말이다. 

      과거에는 ‘잉여력’이란 개념 자체가 있을 수 없었다. 종교나 예술마저도 대부분 생존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재화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노동력을 한 가지 일에 전문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힘들고 반복적인 일을 가축이나 기계에게 맡기면서 사람들의 정신과 몸에 여유가 생겼다. 

      사람들은 남아도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생존과 관계없는 일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말하는 ‘잉여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이 잉여력이 제대로 축적되면 변증론적 유물론에서 말하듯 어느 시점에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단지 인터넷 게시판에서 장난을 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을 시작했다가 그래픽 전문가가 되고, 코딩을 시작했다가 프로그래머가 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는 광고에도 해당된다. 엉뚱하고 어설픈 광고를 만들고 또 만든 후에야, 아니 그 전에 남들 보기에 쓸모 없거나 정신 나간 아이디어들을 수없이 갖고 놀아본 후에야 겨우 칸의 시상식 무대에 설 수 있다. 그 과정이 지루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계속할 수 없다. 광고인들이 매일 야근에 밤샘 촬영을 할 수 있는 건, 몸은 피곤하더라도 머리가 즐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약 빤’ 마이애미 광고학교의 광고는 단순한 원생 모집 공고가 아닌, 광고 일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든 뭐든, 우선 만드는 사람부터 즐겨야 한다. 스스로 즐기지 못하면서 시청자와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는 건 모순이다. 어차피 우리 관객들 역시 그저 재미를 위해 광고를 볼 만큼의 잉여력은 갖추고 있으니까. 

      브라질의 F/Nazca Saatchi & Saatchi에서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