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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 중 ‘Music Box Dancer’라는 곡이 있습니다. 멜로디가 발랄하고 경쾌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곡이지요. 뿐만 아니라 피아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듣기도 편하고 연주하기도 편한 명곡입니다.

    그런데 이 곡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그다지 발랄하지도, 경쾌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Frank Mills는 1974년 어느 날, 딸아이가 망가진 뮤직박스(일정한 음악이 자동으로 연주되도록 하는 완구. 오르골이라고도 불림)를 든 채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답니다. 그 뮤직박스에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도록 만들어져 있는 인형이 붙어 있었는데, 팔이 꺾이는 등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제 아무리 ‘딸바보 아빠’라도, 아이가 떼쓰며 우는 모습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지요. 그런데 Mills는 우는 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서진 뮤직박스와 그걸 든 채로 울고 있는 딸아이… 좋은데? 곡 한 번 써 봐?’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바로 Music Box Dancer입니다. 이 노래는 발표된 지 4년이 지난 1978년 크리스마스 무렵, 미국의 팝 차트를 석권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인기를 끌게 됩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노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제 금융당국의 승인과 주주총회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만, 금융당국의 승인 요건이 ‘노사 합의’였던 만큼, 별 무리 없이 통합은행 탄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돌이켜 보면,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의 사령탑을 맡게 된 이래,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우는 소리’만 계속 들려왔습니다.

    일단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경영 환경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지요. 그런 가운데 하나금융이 지난 2010년 론스타에게서 사들인 외환은행은 경영진이나 투자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김 회장 스스로가 “부산은행에게 추격당할지도 모를 처참한 수준”이라고 말했을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지요.

    하나은행에서도 우는 소리는 계속 터져나왔습니다. KT ENS 사기대출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데다, 김종준 전 행장이 미래저축은행 투자 건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두 은행 모두 이래저래 안 좋은 일만 계속되는 상황이었던 거지요.

    외환은행의 실적 부진 문제를 해결하고 두 은행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조기통합의 뜻을 밝혔을 때에도 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이 저항은 법정까지 가는 등 1년 동안 지루하게 계속돼 왔습니다.

    누구 하나 김정태 회장 옆에서 웃어주는 이 없었습니다만, 그는 ‘통합은행 출범’이라는 새로운 곡을 생각해 냈고, 마침내 그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음반사를 통해 녹음 작업 등을 거쳐 발매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통합은행이 탄생했다고 해서, 금방 시너지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의 새 작품은 너무 머지않은 시일 내에 금융권의 성공적 시너지 창출 사례로 꼽힐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정적인 환경 속에서 긍정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뚝심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Frank Mills의 Music Box Dancer가 4년 만에 히트를 친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