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銀 자산규모 업계 3위 '껑충'… 개인-기업금융 시너지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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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13일 두 은행의 통합에 전격 합의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다음달 7일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1일 통합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 극적인 합의… 통합은행 탄생 ‘청신호’

    두 은행의 조기통합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지난해 7월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얘기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0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2012년에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의 ‘2.17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인수 후 외환은행의 실적은 경영진과 투자자의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김정태 회장이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에게도 추월당할 수 있다”며 공공연히 위기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거센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노조 측은 “2.17 합의를 깨겠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섰다. 그렇게 1년간의 긴 공방전이 시작됐다.

    공방전은 법정에서도 이어졌다.

     

    노조는 지난 1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절차를 중단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 가처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달 26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절차 중단 결정 취소’ 처분을 얻어냈다.

    법정 공방이 끝난 후에도 하나금융은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 여러 모로 노력했다.

     

    특히 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넣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하나-외환 간 교차발령 때 본인의 의사를 묻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자 노조 측이 한발 물러섰다. 사측이 제시한 2ㆍ17수정안을 전격 수용키로 한 것이다. 더 이상 맞섰다가는 '공멸'할 뿐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금융당국의 통합 인가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날 금융위에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금융위는 이를 접수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하나-외환 통합과 관련해 노사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관성있게 강조해 온 만큼, 이번 합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행정절차를 조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선 오는 10월1일 이전에 본인가 절차까지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김정태의 승부수, 성공적 합의 이끌어 내

  •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 하나금융지주 제공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 하나금융지주 제공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통합 합의에 김정태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정태 회장의 ‘플랜B’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

    통합금지 가처분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끝난 이후에도 노사 대화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김정태 회장은 임직원을 직접 설득하는 일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수도권과 지방을 돌면서 현장 임직원을 직접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하나-외환은행 전 임원을 독려해 지난 주말 동안 노조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특히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김근용 노조위원장의 자택을 직접 찾아 새벽까지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 통합은행으로 시너지 효과 노린다

    이번 통합이 완료되면 은행권에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통합은행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은 자산 규모로 3위의 은행이 된다.

    두 은행의 통합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금융·프라이빗뱅크(PB) 등 자산관리에서 강점을 보이는 하나은행, 기업금융과 외환에서 강한 외환은행의 장점을 고루 갖춘 거대 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너지는 실질적인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태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통합을 기반으로 한 시너지 창출”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내놓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두 은행이 통합을 완료할 경우 연 3121억원의 수익증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통합을 통해 2025년까지 총자산 800조원, 세전 이익 4조원, 글로벌 사업비중 40% 달성 등의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아시아 5위권, 글로벌 40위권의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김정태 회장의 청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