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과 대화 않겠다는 노조… 하나-외환 노사 협상단 구성 놓고 이견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협상이 재개됐다.

그러나 대화 채널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노사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의 주장을 그대로 해석할 경우, 사실상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대화를 외환은행장 없이 진행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5인'이냐 '4:4'냐… 협상단 구성 놓고 이견

29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노조와의 대화 채널 강화를 위해 5인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별도로 운영한다. 새로 꾸려지는 ‘5인 협상단’은 기존 ‘4대4 협상단’과는 그 역할이 다르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5인 협상단’은 전체적인 그룹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되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등 5명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4대4 협상단’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외환은행 사측의 구체적 협상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

이 협상단은 노조 측 △김지성 인사부 조사역(前前 노조위원장) △김기철 금융산업노조 조직본부장(前 노조위원장) △박상기 숭실대 겸임교수(前 외환은행 직원, 2000년 퇴직) △김태훈 현 노조 부위원장 등 4명과 사측 △권태균 외환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김재영 하나금융 인사담당 상무 △강대영 외환은행 인사본부장 △박병규 외환은행 기획본부장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 勞 "대화상대로 회장 나서야… 행장 못믿어"

노조 측은 ‘5인 협상단’을 새로 꾸리는 것을 반대하며, “4대4 협상단에 노사 양측에서 각 1명(김근용 위원장·김정태 회장)씩 추가해 5대5 협상단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 주장의 핵심은 김정태 회장이 직접 대화상대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지주 측이 협상권한을 김한조 행장에게 위임했고, 이에 따라 김한조 행장이 협상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지난 연말 금융위가 포함된 3자간 합의가 지주에 의해 번복되는 등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김한조 행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과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2.17 합의의 핵심 당사자이면서 통합관련 실권(實權)자인 만큼 4대4 대화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5대5 대화 형식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하나금융 "기존 협상단 대표성 없어… 행장 빼자는 요구 어불성설"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기존 협상단은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구성인 데다, 통합 자체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나금융 측은 기존 협상단에 김정태 회장과 김근용 위원장을 포함하자는 노조의 제안에 대해서도 “협상에서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빼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측 협상단 중 현 노동조합 집행부로는 김태훈 부위원장 1명 뿐”이라며 “나머지 3명은 현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노조 측은 계속 주장하는데, 김정태 회장은 김한조 행장에게 협상에 관한 전권을 위임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행장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지주사 회장만을 찾고 있다. 외환은행 조직원을 위한 협상인데, 외환은행장을 빼고 논의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성 없는 협상단이 대표성 있는 상대방을 거부하고 있다. 진정으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문제는 정치 현안이 아닌 내부 경영 문제다. 경영진이 기존 입장과 변함없이 노조와의 대화를 통한 양 은행의 통합을 원하고 있는 만큼, 외환은행 노조도 대화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 26일 오후 하나금융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앞서 노조가 신청한 통합 중지 가처분 신청을 뒤집은 셈이다. 이로써 두 은행의 통합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고, 노사간 협상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협상 채널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 것인지에 금융권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