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왕' 현대산업개발은 '꼭두각시'
  • ▲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뉴데일리경제
    ▲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뉴데일리경제


    "조합에 물어보세요.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에 대한 의견이 기사화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지난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오픈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분양가 질문에 대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의 답변이다. 분양가의 적정성에 대해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심지어 현대산업개발 측은 분양소장 인터뷰도 거절했다.

    물론 재건축사업에서 시행사는 조합이다. 분양가 책정은 조합 의견이 반영돼 결정된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분양가에 대한 언급을 꺼릴 수 있다.

    그러나 분양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양가'에 대해 입을 닫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구매자는 주변 시세와 적절성, 미래가치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공사는 적절한 답변을 해 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현장에서 답변을 회피했고 이어 전화통화를 통해 재건축 사업에서 분양가 언급은 어렵다는 해명을 전해왔다.

    바로 전 주 현대산업개발이 주관을 맡은 '송파 헬리오시티' 현장에선 달랐다. 이곳에선 분양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입지와 분양가 합리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

    유독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이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은 강남권 수주전을 염두한 것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건설사 간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강남 수주전의 치열함은 강북보다 몇 배는 심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만약 A구역에서 B건설사가 조합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하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인근 C구역에서 B건설사가 시공권을 따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건설사는 조합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현장에서 보인 현대산업개발의 행태 역시 단순히 조합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는 '꼭두각시'로 비춰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직 강남에서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반포동에 '아이파크' 단독 브랜드를 심지 못했다. 때문에 반포동에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도 애초 주관사로 선정됐지만 브랜드 인지도에 밀려 아파트 이름을 '반포 아이파크 래미안'이 아닌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로 결정됐다. 이는 아직 아이파크가 반포동 분양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반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수주권을 따낸다는 것은 면세점 사업을 획득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수익성과 브랜드 홍보를 확보할 수 있는 명확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는 단순히 시공을 맡는 역할만이 아니다. 소비자는 무엇보다 건설사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매매를 결정한다. 결국 분양가가 공개된 이후 소비자를 상대하는 것은 건설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시장의 논리에 맞게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게 분양에 나선 건설사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