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보합vs지방 하락…지역별 양극화 뚜렷"수도권 매매시장 강남3구 달려"
  • 2016년 하반기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역·상품에 따라 '디커플링(탈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겠지만, 지방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융단폭격'식 물량공세로 조정기를 거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은 0.46% 변동률을 보이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2년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던 시장이 한풀 꺾인 셈이다.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지방의 경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반기별 매매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매, 수도권 '맑음'·지방 '흐림'

    수도권은 주로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와 경기권아파트 매매값이 올랐다. 올 상반기에 공급된 '신반포자이(반도한양)'와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양에 성공하자 인근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내달 분양예정인 '개포주공3단지' 경우 이주철거가 한창이며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장을 교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높은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빠지면서 파주와 양주·시흥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뛰었다. 반면, 최근 가격이 급등한 용인과 안산은 조정기를 거치며 하락세를 맞았다.

  • ▲ 2016년 상반기 매매가격 변동률. ⓒ 부동산114
    ▲ 2016년 상반기 매매가격 변동률. ⓒ 부동산114


    지방 5대 광역시는 국지적 매물수급에 따라 명암이 나뉘었다. 급등한 매매값에 대한 피로감과 호황기 때 분양됐던 아파트 입주러시·대출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며 대구·대전 아파트 매매값이 크게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가장 높은 매매값 상승률을 보였던 대구지역 아파트값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만 1만가구 이상 입주한 달서구·달성군 하락폭이 제일 컸으며, 중심지인 수성구 아파트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부산은 해운대구·수영구를 중심으로 신규분양시장 호조세가 기존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쳐 소폭 상승했으며, 울산 역시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기타지방은 전반적인 공급부담과 대출심사 강화 등으로 약세를 보였다. 대구와 동반 상승세를 보였던 경북이 구미·경산을 중심으로 하락했으며, 충남·충북 아파트값도 물량부담에 하향 조정됐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지역 기반산업인 조선·해운사업 불황으로 거제·창원을 중심으로 매매값이 떨어졌다.

    반면, 제주지역은 혁신도시·국제학교·세컨하우스 붐·제2제주공항 호재를 등에 업고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 또한 교통여건 개선으로 매매값이 상승했으며, 인구유입이 많은 세종도 매매값이 소폭 올랐다.

    ◇물량공급에 전세시장 안정세 진입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98% 변동률을 보이며 1% 이내 낮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수도권은 저금리에 따른 월세전환이 가속화되고 재계약으로 인한 매물부족으로 전세값이 상승했지만, 지방은 신규입주물량 증가에 따라 물량수급에 여유가 생겼다.

    수도권은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 전세값이 강세를 보였다. 서울은 올 2월 발효된 수도권 대출심사 강화로 매매전환 수요가 전세시장에 눌러앉으면서 서대문·구로·마포·은평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뛰었다.

    경기는 중앙동1·6단지 등 5개 단지 재건축아파트 이주가 진행되면서 과천 전세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파주 또한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수요 탓에 전세값이 소폭 상승했다.

  • ▲ 2016년 상반기 전세가격 변동률. ⓒ 부동산114
    ▲ 2016년 상반기 전세가격 변동률. ⓒ 부동산114

    지방 5대광역시 전세값은 대구를 제외하고 모두 올랐다. 부산은 예년에 비해 올 입주공급이 감소해 해운대와 기장군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올랐고, 울산과 대전도 신규아파트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쏟아지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면, 대구는 신규아파트 입주와 투자자들이 내놓은 전세매물 탓에 5대광역시 중 유일하게 전세값이 하락했다.

    기타지방에서는 세종이 가장 높은 전세값 상승률을 보였다. 강원도는 원주·춘천을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많았다. 반면, 경북과 충남은 올 들어 신규아파트 입주가 계속 되면서 전세매물에 여유가 생기자 전세값이 뚝 떨어졌다.

    올 하반기 아파트 매매시장은 대출심사 규제강화와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파트 매매시장을 받쳐왔던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으로 흡수되거나 전세시장에 머물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강남3구 재건축아파트 분양성적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남이라는 입지 덕에 분양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이어질 경우 가격상승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한편,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아파트 경우에는 강보합 수준의 가격변동률이 예고된다. 중소형 저가매물을 중심으로 실수요는 꾸준하겠지만 오른 아파트 매매값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해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 2016년 하반기 입주물량 추이. ⓒ 부동산114
    ▲ 2016년 하반기 입주물량 추이. ⓒ 부동산114

    이 밖에 5대광역시와 기타지방은 지역별 수급과 호재에 따라 등락이 점쳐진다. 대경·부경·충청·호남 지역은 최근 2~3년 간 주택가격이 크게 치솟은 상황에서 하반기 신규아파트 입주물량도 상당해 가격하락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원이나 세종·제주는 인구유입이나 개발사업 호재로 인해 상반기보다 오름폭은 줄겠지만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성권 부동산114 연구원은 "하반기 추가 부동산대책이 예상되지만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서 서민주거 안정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한 대책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고했다.

    다만, 전세시장은 국지적 수급불균형을 이루는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한해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전세의 월세 전환이 예상되긴 하지만 하반기 신규아파트 공급이 많은 만큼 큰폭으로 상승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수도권 경우 하반기 재건축아파트 약 1만2709가구가 이주를 계획하고 있어 재건축아파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값 상승이 예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