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CC '출입일수 자기통제' 등 예방·치유 시스템 성과
  • ▲ 강원랜드 입구에서 카지노 이용고객에게 건전한 게임을 즐길것을 당부하는 켐페인을 벌이는 모습ⓒ강원랜드
    ▲ 강원랜드 입구에서 카지노 이용고객에게 건전한 게임을 즐길것을 당부하는 켐페인을 벌이는 모습ⓒ강원랜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말 그대로 폐광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곳으로 주어진 역할이 적지 않다. 카지노 수익금 대부분을 지역과 사회로 환원하며 범 국가적 폐광 지역 진흥 업무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늘 꼬리표 처럼 따라 다니는 오명이 바로 '도박의 온상'이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숱한 예방과 치유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강원랜드가 올들어 부쩍 달라졌다. 함승희 사장은 "수익이 줄더라도 도박예방에 진력하라"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카지노 보다 도박중독 예방 홍보에 더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인다. 금기 깨기에도 나서 카지노 매장 내에 거울과 시계 등을 잇따라 설치하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도박 중독 예방에 진력하는 강원랜드의 노력을 살펴봤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카지노 이용객의 49%는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고객이다.

    강원랜드는 이 점에 착안해 수도권 출발지부터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 도착 때 까지 곳곳에서 촘촘하게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강변역 지하철 스크린 도어와 동서울터미널 버스승강장 바로 앞에 중독예방 안내 표지와 전광판을 설치했다. 청량리역과 부산종합터미널에서도 같은 홍보를 한다.

    도착지점인 사북역, 고한역 그리고 고한 버스터미널에서는‘행운보다 행복을 찾으세요’라는 KLACC(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예방광고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강원랜드 주차장에서 카지노 입구로 들어오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인디언이 멈춰서는 이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Festina Lente(페스티나 랑테)’등 잠시 멈춰서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인문학적인 글귀가 수두룩하다. 급하게 카지노를 향하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잠시라도 스스로를 생각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과 입장료 9천원을 내면 손바닥만 한 입장권을 받는다. 입장권 맨 위에는‘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게임을 즐기라’는 내용의 문구와 본인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출입했는지 월별, 분기별, 연도별로 구분한 출입일수 정보가 꼼꼼히 적혀있다.

  • ▲ 강원랜드출발부터 객장내까지 도박의 중독성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있다ⓒ강원랜드
    ▲ 강원랜드출발부터 객장내까지 도박의 중독성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있다ⓒ강원랜드


    한 달에 15일까지 출입이 가능하지만 두 달 연속 15일을 출입하면 중독 우려로 판단해 일단 출입을 정지시킨다. 뿐만 아니라 1분기에 30일을 넘어도 일시적으로 출입이 중단되며 의무적으로 예방교육을 받아야 한다.

    세계 유일의 강원랜드만의 의무상담, 교육 제도이다. 의무 상담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출입을 거절하도록 규정돼 자주 출입하는 이용객은 반드시 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KLACC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출입일수 자기통제’라는 이른바 'Self-Control' 제도이다. 2013년 자체 개발한 이 제도는 말 그대로 한 달에 며칠만 들어가겠다고 스스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지난 4년간 이용자가 5천명이 넘었고, 년 평균 1200명 이상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출입 일수를 강제적으로 제한하는 카지노가 없는 만큼, 출입일수를 스스로 조절하는 이 제도 역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KLACC 상담실을 나와 카지노장으로 발길을 돌리면 광장 벽면 위쪽에 ‘즐길 땐 유쾌하게! 멈출 땐 단호하게! 과도한 출입은 당신을 중독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라는 대문짝만한 글을 또 볼 수 있다.

    이 현수막을 뒤로하고 카지노 입구로 가면 공항 검색대를 방불케 하는 엄격한 입장 절차가 기다린다. 검색을 마치고 들어가면 바로 눈 앞에 슬롯머신과 전자테이블, 좀 더 들어가면 테이블이 놓여있는 카지노 영업장을 만나게 된다.

    전통적으로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없다고 하지만,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시계와 창문이 도처에 있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수시로 건전게임 안내와 중독예방, 출입제한제도를 안내하는 화면이 눈길을 끈다. 흡연실에도, 심지어 화장실과 슬롯머신 기기 액정 화면에도 같은 내용의 홍보물들이 뜬다.

    늦도록 게임을 하다가 밖에 나오면 카지노 로비에서 ‘현장예방 활동단’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중년의 여성들을 만난다. 일주일에 4일씩 새벽시간에 활동하는 이 분들은 KLACC의 단도박 프로그램을 마친 회복자들이다. 갑작스런 조절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의 하소연도 들어주면서 스스로 출입제한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상담으로 연결하는 현장 활동가들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많은 홍보활동과 마주치고, 예방교육과 상담을 의무화하고 있는 강원랜드는 매출총량까지 관리한다. 외국의 카지노 사기업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KLACC 원종화 센터장은 “카지노의 본질적 특성 때문에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다양한 예방활동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강원랜드의 기본적 책무”라는 설명이다.

    강원랜드는 15년째 KLACC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미 KLACC의 예방・치유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카지노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일본의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수차례 방문할 정도로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2015년 국제적 조직인 전미도박문제위원회(NCPG)에 기관회원으로 가입한 데 이어, 지난 7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