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재 풀렸어도 달러·카드 사용 안 돼마한항공도 한국 취항도 걸림돌… 아시아나 "관망중"
  • ▲ 항공기.ⓒ연합뉴스
    ▲ 항공기.ⓒ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자칫 이란 직항노선 운수권을 토해낼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다 풀리지 않아 대외적 요인이 취항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운수권 수시배분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의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란 하늘길이 40년 만에 열렸지만, 직항기 띄우기는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직 인천~테헤란 직항편 운영을 위한 취항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정기 운수권 배분에서 아시아나와 경합을 벌여 한~이란 운수권(주 4회)을 따냈다. 운수권이 배분되면 항공사는 1년 안에 취항을 시작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적항공사는 신청 후 허가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아직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란 노선은 취항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란 직항편 운항이 녹록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취항 준비 등 대한항공 내부 문제가 아니라 이란이 처한 대외적 상황이 변수가 될 거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란은 지난 1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풀렸지만, 모든 제재가 해제된 게 아니어서 금융거래 등에 제약이 많다"며 "이란과의 거래에서 미국 달러화 사용은 계속 금지되며 유로화도 일부 국가와만 거래하고 있고 원화는 이란이 싫어한다"고 부연했다.

    이란은 2002년 반정부단체가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를 폭로한 이후 2006년부터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외국 금융자산 동결 등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현재 이란에서 카드결제가 안 되는 등 금융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점 등이 있어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 여건이 갖춰지는 시점에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이란의 마한항공이 국내 취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토부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상호 직항노선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테헤란에 직항기를 띄우면 이란도 자국의 항공사가 한국에 취항하기를 원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취항을 원하는 마한항공이 미국의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마한항공이 2009년께 테러리스트의 물품을 실어날랐다는 이유로 미국의 감시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며 "이란이 마한항공의 한국 취항을 조건으로 내세우면 (국토부로선 허가에 어려움이 있어) 대한항공의 취항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한항공은 현재 테헤란~북경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 노선을 인천까지 연결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 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이란 직항편에 뛰어들기보다 대한항공의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태도다. 지난 7월 이란과의 항공회담에서 운항횟수가 주 4회에서 11회로 늘면서 운수권 경쟁에서 밀렸던 아시아나가 수시 배분을 신청할 거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아나도 이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란의 경제사정이 명확하진 않아 (직항노선을) 급하게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아시아나는 내년 3월께 있을 정기 운수권 배분에서 규칙에 따라 우선권을 갖고 있어 신청만 하면 운수권을 배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 하늘길이 40년 만에 열리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과 경제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항공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일 거라는 애초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