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마한항공, 美 블랙리스트에 올라 국내 취항 안돼트럼프 외교 불확실성, 운수권 연장 가능성
  • ▲ 항공기.ⓒ연합뉴스
    ▲ 항공기.ⓒ연합뉴스

    지난해 이란 하늘길이 40년 만에 열렸지만, 직항노선 취항은 막막하기만 하다. 대한항공의 직항기 띄우기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취항 위험성은 더 커진 상태다.

    원칙대로면 대한항공의 이란 운수권 회수는 불가피하다. 다만 외부환경 변수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일정 기간 연장될 공산이 크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직 인천~테헤란 직항편 운영을 위한 취항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정기 운수권 배분에서 아시아나와 경합을 벌여 한~이란 운수권(주 4회)을 따냈다. 운수권이 배분되면 항공사는 1년 안에 취항을 시작해야 한다.

    취항 마감이 임박했지만, 대한항공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테헤란 노선은 아직 이렇다 할 변동사항이 없다"며 "달러화 거래가 제한되는 등 기업 진출과 활동에 어려움이 있어 금융·시장 여건이 갖춰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취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의 이란 직항편 운항은 당분간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란이 처한 대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 걸림돌은 이란 마한항공이다. 상호 직항노선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테헤란에 직항기를 띄우면 이란도 자국 항공사의 한국 취항을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 마한항공은 국내 취항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운항하는 테헤란~북경 노선을 인천까지 연결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마한항공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마한항공은 2009년께 테러리스트의 물품을 실어날랐다는 이유로 미국의 감시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란 항공당국의 취항 허가보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걸림돌"이라며 "마한항공이 취항하는 나라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강대국도 아니고 유럽연합(EU) 같은 방패막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토부로선) 마한항공의 한국 취항 허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항공당국이 조건 없이 대한항공 취항을 허락해도 미국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부품이 쓰인 항공기가 이란에 들어갈 때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란 경제 제재의 한 방편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외교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취항 리스크가 더 악화했다는 의견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거래 없이는 현실적으로 항공권 판매를 비롯해 금융거래를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테헤란 취항을 접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3월이 돼도 대한항공이 테헤란에 직항기를 띄우지 못하면 운수권은 자동 회수된다. 운수권이 회수되면 대한항공은 운수권 배분 권리를 1회 박탈당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괘씸죄에 걸려서가 아니라 행정규칙에 따른 조처"라며 "1년간 국가 자산을 썩힌 셈이 돼 그에 따른 벌칙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 운수권의 경우 대한항공에 고의·과실로 인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일정 기간 운수권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다음 달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통상 3월에 운수권을 정기 배분한다. 지난해 한-이란 항공회담에서 운항횟수를 주 11회로 늘린 만큼 대한항공에 배분한 것을 빼고도 주 7회 운수권이 남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란 운수권을 묵히게 될 공산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규칙에 따라 정기 운수권 배분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으나 당장 이란 직항편에 뛰어들 개연성은 희박하다. 대한항공의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할 분위기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원칙적으로 이란 운수권을 따낼 수는 있지만, 중장거리용 여객기가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