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중국에 역풍 맞은 면세·호텔 업계 '비상'

[사드에 멍든 서울] 中 금한령 시행에 휘청이는 유통家

서울 시내 면세점 '텅텅'… 방한금지 첫날 일 매출 최대 20% 줄어
직격탄 맞은 비즈니스 호텔… "자생력이 관건"

김수경·진범용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3.16 07: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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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명동 거리는 한산해졌고 서울 시내 면세점엔 쇼핑백을 양 손 가득 든 고객도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일 매출은 곤두박질 쳤고 명동 비즈니스 호텔 내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 취소율은 30%에 달했다. '큰 손' 중국이 흔들고 간 한국 유통가의 현재 모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유커가 줄어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모습. ⓒ진범용 기자

"지난주까지는 방문 비중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이번 주 들어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줄어든 것이 느껴져요. 앞으로가 더 걱정이죠. 오늘은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어요." 서울 시내 A면세점 한 직원.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 조치로 15일부터 '한국 여행 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리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방한 외국인 수는 1724만명으로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방한 외국인 수에 47%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이하 유커) 전체의 40~50% 이상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행 상품 판매 중단은 면세점 업계에 직격탄이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단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0~50%에 달한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까지 모두 포함하면 면세점 매출에 총 60~70%가 이들에게서 나온다. 

개별 중국인을 제외하고 이번 금한령의 주요 대상인 단체 관광객만 빠진다고 가정해도 사실상 면세점 매출에 절반 이상이 증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 등을 돌아본 결과 유커 비중 축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했다. 홍삼, 국산 화장품 코너 등 언제나 긴 줄로 장사진을 이뤘던 모습은 이젠 옛 추억에 불과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언제나 유커로 만원이었던 엘리베이터에 일본인 관광객 몇명이 눈에 띌 뿐 이었다. 롯데의 반사이익을 흡수한다고 보기엔 한산한 모습이었다.

두타면세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화장품 판촉사원은 "유커가 줄었다는 것은 눈으로만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월요일부터 체감이 느껴질 정도로 계속해서 줄고 있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 단체관광객 버스로 꽉 차 있던 면세점의 주차장도 텅 빈 모습이었다. 특히 일부 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오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버스 2대 만이 텅빈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주로 아침 시간대에 몰려 평소 이 시간 차량과 인도를 막을 정도로 교통 혼잡을 유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B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 중 80~90%가 국내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중국단체가 45% 정도 매출을 차지한다. 이번 주 초부터 단체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매출도 유커 축소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복수의 면세점에 따르면 13일을 기점으로 일 매출이 20%가량 축소했다.

이는 한 면세점에 국한된 상황이 아닌 전체 면세점업계에서 공통된 반응으로 유커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C면세점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음 주가 지나면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내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관련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다만 "보따리상 구매대행 수요가 중국보다 홍콩 쪽이 많아 그쪽이 차지하던 매출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커가 국내 방문 시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도 유커가 눈에 띄게 줄었다.

명동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A씨는 "오늘만 놓고 보면 중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았다"며 "저번 주에 비해 체감상 느껴지는 유커 비중은 절반 정도다"고 설명했다.

젊은 유커가 많이 찾는 동대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두타부터 APM으로 이어지는 쇼핑거리는 평소보다 유커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화장품 가게 한 직원은 "사드 문제가 이렇게 생활에 영향을 미칠지 솔직히 실감을 못 했다"며 "정확한 매출은 모르겠지만, 유커가 찾는 빈도수는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 직격탄 맞은 비즈니스 호텔… "자생력이 관건"

▲명동 시내 전경. 가운데는 최근 오픈한 알로프트 서울 명동. ⓒ알로프트 서울 명동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명동 인근 비즈니스 호텔들은 최근 투숙 고객이 감소하고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사실상 한국 여행을 막고 있는데다 중국 내 '혐한' 기류가 점차 확산되면서 명동 시내에 가득 찼던 중국인 관광객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물론 개별 여행객도 한국 여행을 취소하면서 그 타격은 고스란히 호텔로 이어졌다.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지난달 27일부터 3월 12일까지 전주 대비 예약 취소율을 살펴보면 롯데호텔의 비즈니스 호텔인 '롯데시티호텔 명동'은 매일 30%,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신라스테이 광화문'은 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95개국에서 4100여개의 호텔을 가진 아코르호텔그룹이 운영하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명동'은 같은 기간 투숙객 증감률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하면 7% 가량 줄었다. 중국인 단체 고객이 많지 않아 대규모 취소는 없었지만 사드 이전에 비해 예약 들어오는 속도가 느리고 취소도 매일 발생하고 있다.

전세계 110여개국에 5700여개의 호텔을 보유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확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 건수가 줄고 취소 건수가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티마크 그랜드 호텔의 중국인 관광객 투숙률은 사드 이전에 비해 20% 가량 줄었다. 개별 여행객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오픈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알로프트 서울 명동'과 파르나스호텔의 '나인트리 프리미어 명동Ⅱ'는 운영을 시작한지 아직 1달도 채 되지 않아 사드로 인한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는 데에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사드 이슈 이전에는 간혹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노쇼(no show, 예약 후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는 고객)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취소율이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들 호텔 브랜드들은 모두 대형 호텔 브랜드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브랜드로, 사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다양한 마케팅 전략과 모객 활동을 통해 이를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한 호텔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걸 실감하고 있고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빠지는 만큼 타국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충분히 이를 만회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이전에도 메르스, 세월호, 김영란법 시행과 같은 여러 이슈들을 겪으면서 이에 대응할 방안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항상 해왔다"며 "이미 대부분의 명동 인근 호텔들은 높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분산시켜야 할 필요성을 예전부터 느껴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텔 업계 관계자는 "같은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해도 대형그룹이 운영하는 호텔은 대규모 멤버십 제도가 있고, 중소 비즈니스 호텔들이 갖추기 힘든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어 차별화 요소가 있다"며 "당장 눈앞에 놓인 사드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 어떤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내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메리어트 리워즈'(전세계 회원 5700만명)와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PG) 리워즈'(전세계 회원 2500만명)를, 아코르호텔그룹은 '르 클럽 아코르호텔스'(전세계 회원수 2900만명)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신라호텔과 롯데호텔도 각각 '신라리워즈'와 '프리빌리지' 등 자사 멤버십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관련 사진. ⓒ뉴데일리경제DB


현재 네이버지도에 등록된 서울시 중구 인근 호텔은 1240개, 이 중 비즈니스 호텔은 564개에 달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에는 지난해에만 호텔 객실이 2000개 이상 증설됐다.

문제는 대형 호텔 브랜드와 달리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개별 호텔 브랜드들이다. 이들 중소형 호텔은 객실 단가는 5~10만원 사이로 저렴한 반면 헬스나 사우나, 스파, 레스토랑, 바, 멤버십 제도 등 차별화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에 중소형 호텔과 모텔이 수백개인데 이들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잠만 자고 가는 고객이 대부분인데 이런 호텔들은 당장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대부분의 호텔이 내놓은 대책은 동남아 등 타국가 여행객 비중을 늘린다는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말이되지 않는다"며 "호텔들이 노력한다고 안 오던 동남아 관광객이 확 늘겠느냐"고 반문했다.  

명동 지역 호텔 공급이 과잉된 상황에서 문을 닫는 중소형 호텔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호텔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사드가 업계에 매출 타격,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지만 이를 계기로 업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 관광객에만 집중된 의존도를 분산시키고 한국의 관광 산업이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심각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만의 확실한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로 인해 호텔 업계가 긴장하는 것을 단순히 고객 감소, 매출 감소의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중국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한국 관광 산업 전체가 휘청거린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민간 기업에서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한국 관광 산업에 대한 장기적 플랜을 짜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며 "이번 사드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한국 관광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조치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400만명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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