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일매출 13일 기점으로 하락세… 사태 장기화 가능성 점쳐져
명동·동대문거리 유커 축소 확연
명동·동대문거리 유커 축소 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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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명동 거리는 한산해졌고 서울 시내 면세점엔 쇼핑백을 양 손 가득 든 고객도 자취를 감췄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일 매출은 곤두박질 쳤고 명동 비즈니스 호텔 내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 취소율은 30%에 달했다. '큰 손' 중국이 흔들고 간 한국 유통가의 현재 모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15일. 중국 당국이 여행사들의 한국관광 상품 취급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단(금한령)했다. 지난해 기준 방한 외국인 수는 1724만명으로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방한 외국인 중 47%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이하 유커)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행 상품 판매 중단은 면세점 업계에 직격탄일 수밖에 없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단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0~50%에 달한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면세점 매출의 60~70% 가 이들에게서 나온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빠져도 면세점이 휘청거릴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자는 지난 15일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 등을 직접 방문했다. 홍삼, 국산 화장품 코너 등 언제나 긴 줄로 장사진을 이뤘던 모습은 이젠 옛 추억에 불과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언제나 유커로 만원이었던 엘리베이터에 일본인 관광객 몇명이 눈에 띌 뿐 이었다. 롯데의 반사이익을 흡수한다고 보기엔 한산한 모습이었다.
두타면세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화장품 판촉사원은 "유커가 줄었다는 것은 눈으로만 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월요일부터 체감이 느껴질 정도로 계속해서 줄고 있어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 단체관광객 버스로 주차 대란을 이뤘던 주차장도 텅 빈 모습이었다. 특히 A 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은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2대 만이 텅빈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다.
단체 관광객이 주로 아침 시간대에 몰려 평소 이 시간 차량과 인도를 막을 정도로 교통 혼잡을 유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B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80~90% 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며 "이들이 매출의 45% 내외를 차지하는데 이제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 주 초부터 단체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매출도 유커 축소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복수의 면세점에 따르면 13일을 기점으로 일 매출이 20%가량 축소했다.
이는 한 면세점에 국한된 상황이 아닌 전체 면세점업계에서 공통된 반응으로 유커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C면세점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음 주 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내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관련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다만 "보따리상, 구매대행 수요가 중국보다 홍콩 쪽이 많아 그쪽이 차지하던 매출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커가 국내 방문 시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 명동과 동대문 일대에도 유커가 눈에 띄게 줄었다.
명동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A씨는 "오늘은 중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많았다"며 "저번 주에 비해 체감상 느껴지는 유커 비중은 절반 정도다"고 설명했다.
젊은 유커가 많이 찾는 동대문 상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두타부터 APM으로 이어지는 쇼핑거리는 평소보다 유커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화장품 가게 한 직원은 "사드 문제가 이렇게 생활에 영향을 미칠지 솔직히 실감을 못 했다"며 "정확한 매출은 모르겠지만, 유커가 찾는 빈도수는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