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원가 확인 어려워… 비싼 가격 책정 뒤 대폭 할인 '꼼수'

'4캔에 1만원'… 국산보다 싼 수입 맥주 가격의 비밀

수입 물품 금액은 업체 신고에 의존… 관세청 "전수 조사 사실상 불가능"
'할인' 내세워 국산 맥주 밀어내는 수입 맥주… "소비자 심리 부추겨 업체만 배불리는 꼴" 지적

김수경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3.30 09: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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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점 앞 매대에 진열돼 있는 수입맥주 행사. ⓒ김수경 기자


"수입 맥주 할인. 4캔에 1만원"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이제는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수입 맥주 할인 행사. 소비자들은 정말 365일 할인된 가격에 수입 맥주를 구매하고 있는 것일까.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 채널에서 상시 행사로 자리잡은 수입 맥주 할인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미묘한 착시 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입 원가가 불분명한 수입 맥주를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 둔 뒤 대폭 할인을 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산 맥주는 공장에서 도매상으로 판매되는 출고가가 명확하다.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후레쉬'와 '프리미어오비' 500ml 병 제품의 출고가는 1147원,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와 '맥스'는 1146.66원이다. 같은 용량이라도 캔 제품이 병 제품에 비해 500~600원 가량 비싼 점을 감안하면 '카스'와 '하이트' 500ml 캔 제품 출고가는 약 1700원 가량이다.

예를 들면 맥주 제조 공장에서 한 캔 당 1700원에 출고된 맥주는 이후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치면서 유통 마진이 붙은 뒤 최종 소비자 가격이 매겨지게 된다.

국내의 한 맥주 업체 관계자는 "출고가가 이미 밝혀진 상황에서 높은 유통 마진을 붙일수도 없기 때문에 할인 폭 또한 좁을 수 밖에 없다"며 "반면 수입 맥주는 해외에서 사오는 수입원가가 얼마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한 다음 대폭 할인을 진행하는 등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에 있어 할인 폭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 소매점이 공장 출고가보다 더 싼 가격에 국산 맥주를 판매할 경우 국세청의 제재를 받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어떤 주류든 소매점이 구입한 가격 이하로 판매하게 되면 손해를 보고 판다는 의미인데 이는 주류를 경품이나 미끼로 제공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산 맥주뿐만 아니라 수입 맥주도 소매점이 구입한 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진. ⓒ정상윤 기자


문제는 수입 맥주의 수입 원가가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맥주 수입금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1억8158만 달러(한화 약 2140억원)을, 수입 중량 또한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22만556톤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맥주의 양은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지만 정확히 얼마에 수입되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모든 수입 업체들은 수입한 물품 금액을 관세청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신고하더라도 이를 관세청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수입 맥주를 실제로는 한 캔 당 1000원에 수입하는 업체 'A'가 수입 원가를 500원으로 낮춰 신고할 경우, 이 업체는 제품에 붙는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국내 주세법 상 국산 맥주나 수입 맥주 모두 주세율은 72%로 같다. 국산 맥주는 제조비와 인건비, 판매관리비, 이윤 등을 모두 포함한 출고 가격에 맞춰 세금을 매기지만 수입 맥주는 해당 맥주를 수입한 지역별 관세를 추가한 뒤 여기에 주세를 붙이는 방식이다. 수입 원가가 낮을수록 세금도 덜 붙게 된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이같은 꼼수를 부리다 적발된 업체도 여럿이다. 허점이 많지만 이들을 모두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물품에 관한 사항은 신고제이기 때문에 업체가 수입국가나 원가, 물량 등을 신고 하면 관세청에서는 이를 믿고 통관을 진행한다"며 "주류를 포함해 수입 원가를 속인 업체들을 추적해 적발하는 시스템이 있고 심사 부서도 따로 있지만 경찰이 교통 신호 위반자를 전국적으로 100% 단속하기 어렵듯이 전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서류를 검토해 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나 신고가 들어온 업체에 대해서는 해외 송금 내역을 추적해 최초 신고가와 비교하는 등 사후 심사를 통해 적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 원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수입 맥주는 업체가 임의로 정한 소비자 가격이 붙은 채 각종 유통 채널에 입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얼마의 유통 마진이 붙는지는 수입 업체만이 알 수 있다. 500원 짜리 수입 맥주를 3000원에 팔든 5000원에 팔든 엿장수 마음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수입맥주 소비자 가격을 일부러 높게 책정해 두고 행사와 프로모션을 통해 대폭 할인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긴다"며 "수입 맥주 가격을 캔 당 3500원이라고 표기해 놓고 그 옆에 '4개 사면 1만원'이라는 문구를 붙여놓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행사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산 맥주는 할인 행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 값 주고 사는 것보다 기왕이면 할인하는 제품을 사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착시 효과를 누리며 수입 맥주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의 수입 맥주 매출 비중이 지난달 처음으로 국산 맥주를 넘어섰고 롯데마트도 수입 맥주 매출 비중이 4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의 월별 수입맥주 매출 비중도 최근 50%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주류 업계 관계자는 "상시 행사를 하고 있는 수입 맥주 중에는 현지 출고 가격이 병 당 몇백원도 채 되지 않는 싸구려 제품이나 현지 사람도 잘 모르는 이름 모를 제품도 많이 섞여 있다"며 "대형 유통 채널들은 수입 맥주 행사를 상시 진행하며 수입 업체의 주머니만 배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018년 7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0%로 철폐된다. 소비자들이 내년에는 더욱 할인된 가격에 수입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관련 사진.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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