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10년으로"… 특허기간 연장 목소리 '봇물'
고용 문제와 금전적 손실 등 발생
  •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진범용 기자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진범용 기자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면세점 사업이 최근 중국 당국의 금한령(限韓令) 이후 휘청거리고 있다. 면세점 매출은 금한령 시행 이후 30%가량 급감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면세 사업을 특허 사업자가 아닌 '특혜' 사업자로 바라보고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면세점에서는 '5년 한시법'·'수수료 변경'·'유통산업발전법'을 대표적인 규제로 꼽고 있다. 면세점 업계가 직시한 대표 규제 세 가지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장기적인 비전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5년 뒤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복수의 면세점 관계자)

    면세점 사업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은 관세법에 나와 있는 5년 한시법이다.

    5년 한시법이란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5년으로 한정하는 법안으로 지난 2012년 홍종학 의원(당시 민주통합당)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일명 '홍종학법'으로 불린다.

    면세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1979년 이후 면세점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자 면세점이 정부의 특허를 얻어야 운영할 수 있으므로 '특혜'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시행된 법안이기도 하다.

    이 법안에 따라 면세점 특허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2015년 11월 이 법이 적용돼 롯데(월드타워점)와 SK(워커힐)가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 당시 워커힐 면세점은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롯데와 SK는 당시 20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면세점 일선에서 근무중인 판촉직원들은 5년 뒤 사업지를 옮겨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면세점 사업자들도 장기적인 비전으로 사업 구성안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워커힐면세점 폐점으로 두타면세점으로 직장을 옮긴 한 판촉직원은 "아이들 학교가 광진구 근처라 그쪽에서 살고 있는데 출퇴근 거리가 먼 두타면세점으로 발령 나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잘되고 있는데 왜 문을 닫아요"라고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판촉직원들의 경우 고용 안정성에 위협을 느낀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관광객. ⓒ진범용 기자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줄어든 관광객. ⓒ진범용 기자


    기업들은 제도적 요인으로 투자 및 안정적인 경영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최근 발행된 '면세점 특허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및 정책과제'에서도 명품 브랜드 유치 및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한 만큼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시내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는 등 외부적 요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면세점 사업도 장기적인 플랜을 통한 사업 안정화가 필요한 사업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화된 지난 3월15일부터 면세점 매출은 급감했다. .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가량 떨어졌고, 신라면세점도 20%가량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의 3월 일평균 매출은 직전달보다 최대 35%가량 떨어졌고 갤러리아 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도 각각 30% 이상 매출이 하락했다.

    면세점에서 중국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기준 방한 외국인 수는 1724만명으로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을 기록했다. 전체 방한 외국인 중 47%에 육박하는 수치다.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 단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0~50%에 달한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면세점 매출의 60~70% 가 이들에게서 나오는 셈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만 빠져도 면세점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정부는 면세점 특허권을 5년 단위 입찰제로 변경한 이후 2년 동안 신규특허를 포함 총 3차례 입찰을 진행했다. 이 결과 서울시내 면세점은 기존 6개(동화, 소공, 장충, 월드타워, 워커힐, 코엑스)에서 13개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은 축소하는 가운데, 경쟁 사업자는 많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이 난관을 헤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면세점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년 한시법을 기업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초기 비용이 큰 면세점 사업의 특성상 5년간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두타면세점은 인테리어비와 신규 인건비 등을 포함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1000억원 이상이 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타면세점이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으로는 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 5년마다 재심사를 진행해 탈락한 기업은 대규모 해고, 기존 투자폐기 등 손실을 볼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고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인 비판은 물론 금전적 손실까지 감내하고 면세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면세점의 경우 초기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사업이며, 신규 사업자의 경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최소 3년 정도가 필요하다"며 "갱신심사에서 탈락하면 사업체 근로자 해고로 구조적인 고용불안 문제도 야기된다. 특허권을 5년으로 한정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