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규수주 급감… 국내주택 호황 끝나면 어쩌나"단순 도급에서 벗어나야… 새 정부 적극성 필요"
  • ▲ 이란 테헤란의 정유소. ⓒ연합뉴스
    ▲ 이란 테헤란의 정유소. ⓒ연합뉴스


    1분기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잔액이 11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등을 기대했던 해외수주가 저유가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새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1분기 수주잔액은 모두 290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 301조원 대비 11조원(3.70%)이 줄어들었다.

    대우건설이 12.0% 감소하면서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SK건설 -7.49% △현대건설 -7.27% △대림산업 -6.95% △GS건설 -5.27% 등이 10개사 평균 감소폭인 -3.70%을 웃돌았다.

    이는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중동 산유국 등 해외건설시장에서의 발주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10개사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개사의 신규수주액은 모두 10조944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6조8428억원에 비해 35.0% 줄어들었다. 특히 해외수주액이 같은 기간 8조1121억원에서 3조3552억원으로 58.6% 급감했다.

    GS건설이 1조7980억원에서 1680억원으로 지난해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고, 삼성물산(-89.9%), 대우건설(-86.2%), 대림산업(-57.2%)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맏형'인 현대건설도 23.% 감소했다.

    대형사 전반이 부진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도 곤두박질 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건설기업의 신규수주액은 모두 93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 112억달러 보다 16.8% 줄어들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물량 증가에 힘입어 한동안은 외형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해외수주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건설업종의 장기 성장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해외건설 수주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 발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가 연초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기대됐으나,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면서다.

    지난해 배럴당 40달러 중반대로 내려간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등으로 올해 2월까지 50달러 중반까지 올라갔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유가는 미국이 셰일오일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달에는 5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중동 산유국 재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프로젝트 발주가 위축될 수 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은 돼야 해외 프로젝트 발주가 안정적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유가가 낮게 형성되면 해외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란도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예상 발주량이 많은 이란 시장이 아직도 유동적인데다 싱가포르 등 아시아 건설시장도 발주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에 해외건설 분야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4년 이후 해외수주가 내리막을 걷자 업계에서는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기술과 금융을 아우르는 디벨로퍼 방식의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왔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업의 경우 이에 반해 2013년 전체 해외수주액에서 개발형 비중이 3.83%에 머물렀으며 이후에는 더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0.34%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금융권은 해외건설 투자와 관련, 사업경험이 없는 만큼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 수주에 금융지원이 필수적으로 가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건설 분야 흐름 변화에 맞춰 정부 쪽에서 금융지원을 하거나 정책금융이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은 금융 부문에서 정부가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이런 점을 감안해주면 좋겠다"며 "한국은 해외건설펀드가 있지만, 제약조건이 많아 쉽지 않다. 적은 물량을 확대해 기업들이 투자개발형 사업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