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증인신문' 불구 증거 나오지 않아"소관업무 챙기라는 일반적 지시…수첩 내용 '개인적 생각' 기록한 것"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자꾸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지시가 아닌 일반적인 말씀이었다. 소관 업무를 잘 챙기라는 의미일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0차 공판이 20일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해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논리다. '삼성→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공단'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찾아볼 수 없고, 정부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이같은 사실이 입증됐다는 항변이다.

    특검은 최 전 수석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사실을 집중 신문했다. 부하직원인 노홍인 전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삼성물산 합병 사안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 전 수석은 지난 3월 열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해 논란을 빚었다. 다만 '일반적인 내용이었을 뿐 합병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공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 전 수석은 "실제 그런 지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소관 업무를 잘 챙겨보라는 일반적인 말씀이었다"며 "평상시에도 현안을 잘 챙길 것을 지시하셨다. 통상적으로 자주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합병 찬성이나 반대를 의미하는 대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 전 수석은 "합병이 성사돼야 한다거나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합병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엘리엇 관련 내용이 자신의 수첩에 기재된 경위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대통령 지시가 아닌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기재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설명이다.

    최 전 수석은 "엘리엇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언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제 수첩에 '엘리엇 다툼'이 기재돼있다고 문제 삼는데 이건 제가 언론보도 등을 보고 요약해 기록한 것"이라 밝혔다. 

    특검은 이후 최 전 수석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들어 메르스 관련 삼성서울병원의 행정처분 배경,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요건 등을 확인했다. 특히 메르스 관련 청와대의 입장 등을 구체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신문은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되려 수첩에 기재된 내용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라 지칭해 "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최 전 수석은 부하직원에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파악을 지시한 것에 대해 "당시 관련 언론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실무진들에게 해당 내용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챙겨보라고 지시한 게 내가 한 모든 것이었다"고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르스 행정처분과 관련해서도 '삼성서울병원에 특혜를 줬다'는 특검의 주장에 "삼성과 협의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 삼성 관계자로부터 요청이나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사실도 이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 공판에는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 전 실장은 삼성합병을 결정한 국민연금공단 투자위원회 소속으로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검은 유 전 실장을 상대로 합병을 찬성한 경위와 청와대의 찬성 유도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투자위 결정의 정당성과 삼성·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을 이끌어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