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혐의 심각한 결함, 말 소유권 입증할 '구체적' 증거도"정유라 지원 말 삼성 소유 확인 서류…KEB하나은행 거래내역 제출"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말과 차량을 사줬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최 씨의 영향력을 인지한 삼성이 정 씨를 지원했고 이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는 특검의 논리를 무너뜨리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뇌물공여 혐의를 주장한 특검의 공소사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20일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30차 공판에서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2014년 9월 15일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첫 번째 독대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부탁을 받은 이 부회장은 삼성 관계자들에게 알렸고, 2015년 3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취임한다.

    그해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지원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긴급회의가 열렸지만 명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통해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전해 들으며 이유를 알게 된다. 

    박 전 사장은 긴급히 독일로 날아간다. 최 씨의 승마계 최측근인 박 전 전무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후 삼성은 8월 26일 독일 코어스포츠와 213억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다.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실제 송금한 비용은 78억원으로 마필 구입비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후 불거졌다. 2015년 11월 박 전 전무가 파벌 싸움에서 밀려나면서 당초 계획된 선수단 구성에 차질이 생겼고, 다른 선수들의 지원을 반대한 최 씨의 개입으로 삼성의 지원이 정 씨에 대한 단독지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정상화를 위해 수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2016년 8월 코어스포츠의 용역이 끝난 삼성은 정유라의 승마코치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와 매각계약을 맺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말들을 매각하기 위해서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졌고 특검은 최 씨와 안드레아스가 맺은 '비타나V-블라디미르' 교환계약, 매각 대금 처리 등을 문제 삼았다. 특검은 모든 정황을 종합할 때 비타나V·라우싱·살시도의 소유권은 최 씨에게 있었고, 삼성과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영향력을 인지한 시점은 독대 이전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해당 말들이 자산으로 잡혀있지 않고, 문제가 불거지자 매각계약을 체결했다며 '삼성이 말세탁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코어스포츠와 맺은 계약을 볼 때 말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삼성에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고, 교환계약이 체결된 것도 최 씨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매각 계약이 10월 체결됐다는 주장에는 말 건강 등의 문제로 10월 말 수정 계약이 체결된 것일뿐 실제 계약은 8월 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 말과 차량에 대한 소유권과 독일 현지 계좌와 관련된 의견서를 제출하며 해당 주장에 힘을 실었다.

    먼저 삼성이 최 씨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고 알려진 말 '라우싱'이 19일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삼성이 말 소유권을 최 씨에게 넘겨 주었고 매매계약이 허위라면 매매계약을 해제하더라도 말을 돌려받지 못했겠지만 실제로는 말을 돌려받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삼성전자가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와의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말 소유권을 되돌려 받았다"며 "이는 말 소유권이 최순실에게 말과 차량을 사주었다는 특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증거로 ▲말과 차량의 매매계약서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서 및 소유권 확인서 ▲독일 차량등록소의 공문 등이 제시됐다.

    안드레아스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지 못해 고심하던 중 계약을 해체하고 말들의 소유권을 되돌려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안드레아스로부터 계약금 9만유로를 받은 이후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처리방안을 고민하다가 지난 5월 24일 계약을 해제하고 말들의 소유권을 되돌려 받았다"며 "라우싱은 검역절차를 거쳐 1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비타나V는 국내 반입절차를 밟던 중 독일 수출검역에 불합격해 조만간 삼성을 위해 관리를 해 줄 현지 마장으로 옮길 예정"이라 설명했다.

    독일 현지 계좌의 거래내역도 제출됐다. KEB하나은행에 개설한 계좌는 삼성전자가 취득한 말과 차량의 대금 지급 목적으로 사용됐을 뿐, 특검의 주장대로 부정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피고인들이 지난해 10월 하순까지도 최 씨와 말 관련 거래를 계속했다고 주장하는데, 독일 계좌의 거래내역만 보더라도 이런 내용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특검은 최 씨와 KEB하나은행 직원의 관계를 앞세워 삼성전자가 해당 계좌를 통해 불법적인 일을 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해당 계좌는 한국의 KEB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정상 개설됐을 뿐 불법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검은 이 사건의 공소제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추측만으로 피고인들을 비방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추측과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 꼬집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교환계약은 소유권을 입증할 중요한 부분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