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2004년 WTO 규정에 따라 한미 양국 무관세 합의자동차, FTA 이후 수출입 추이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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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가 요구한 한미 FTA 개정이 국내 산업계에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주 타깃으로 지목된 철강과 자동차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철강과 자동차 분야에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업계 전반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철강업계는  FTA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덤핑 관세 등 최근의 미국 정부 움직임을 봤을 때 악재임에는 분명하다. 자동차업계는 부품 등 연관산업까지 피해가 미칠 수 있어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FTA 개정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향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철강 및 자동차업계의 고심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데이터와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 행정부와 협상을 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철강 "FTA와 직접적 영향 없어...향후 강화될 무역 규제는 걱정"

    철강업계는 한미 FTA 개정안이 실행되더라해도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 분석한다. 그 이유는 바로 지난 2004년 한미 양국이 합의한 수입관세 제로화에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철강제품에 대한 양허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본세율과 상관없이 양국의 철강수입업자가 납부하는 실행 수입관세율은 제로다. 다시 말해 한국과 미국간 철강재 수입관세가 없기 때문에 FTA 개정안이 나온다하더라도 그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국내 철강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FTA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는 건 향후 강화될 수입 규제를 의식해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날로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8월 포스코가 생산하는 열연강판에 60%에 달하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하는가 하면, 올해 3월말 후판에는 11.7%의 관세를 결정했다. 지난 10일에는 현대제철, 넥스틸이 생산하는 유정용강관(OCTG)에 대한 반덤핑 관세도 16.26%, 29.76%로 상향 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무역에 대한 기조는 곧 발표될 무역확장법 232조와도 관련이 깊다. 현재 미국 상무부는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철강 수입을 놓고 조사 중이다.

    조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며칠내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은 이 조사결과를 정당화 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병우 한국철강협회 전무는 "현재 한미 양국간 철강 수입 관세가 0이기 때문에, FTA 개정안이 나온다하더라도 이와 관련해서는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결과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FTA 발언 등은 무역확장법 조사결과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FTA 체결 후 수출 감소하고 있는데...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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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노삼성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 지목받은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155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17억달러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액이 수입보다 9배가 많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무역 불균형을 단순히 규모로만 비교할게 아니라 그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로 최근 5년간 한미간 자동차 수출입 증가율을 꼽을 수 있다. 2012년 이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2.4% 증가한 반면 수입은 37.1% 늘었다.

    특히 지난해 수출입 실적을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0.5% 감소한 반면 수입은 37% 증가했다. 업계는 이러한 근거를 앞세워 한미 FTA로 자동차산업에 수혜를 본 쪽은 오히려 미국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수출입 자료를 보면 한미 FTA 이후 한국의 대미국 자동차 수출은 감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내 업계만 FTA 수혜를 입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매우 왜곡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개정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