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한 오해…불신 풀리지 않으면 삼성 대표 할 수 없다" 호소 '눈길'재판부, 개별 사안 청탁 부인 불구 '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만 이례적 인정 '논란'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너무 심한 오해입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전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습니다. 오해를 꼭 풀어주십시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호소한 말이다. 이 부회장은 실형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사건의 본질은 정경유착'이라는 재판부의 설명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는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뇌물죄, 재산국외도피죄 등 5개 혐의 모두에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금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금을 뇌물죄 성립의 구체적 근거로 제시했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에 대해서는 온전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과 관련해서는 청탁이 아니라는 모순된 판결로 논란을 확산시켰다. 개별 사안에 대한 청탁은 부인하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묵시적 청탁은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특검이 주장한 '정경유착'을 사건의 본질로 내세우면서 재계의 반발은 증폭됐다. 재판부 스스로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에서는 실형을 선고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인 결과다.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던 삼성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다. 판결문을 전달 받은 당일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재판부의 선고를 수긍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법리 판단과 사실 인정에 오인이 있었다'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다'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무죄를 확신한다'는 말로 항소심에 대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검의 논리를 일부 받아들였고, '정경유착'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직접 증거보다 정황과 추측을 앞세웠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때문에 변호인단은 항소심을 통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법리과 사실관계를 바로잡기만 해도 오해와 추측으로 휩쓸린 여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항소심은 통상 1심 선고 후 50일 전후로 재개된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은 빠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중순 재개될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내용 대부분이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묵시적 청탁 및 수동적 뇌물공여을 넘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동정범 성립, 제3자 뇌물죄 해석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마지막 단계로 사실 인정을 바로잡기 위한 변호인단의 공세가 거셀 것"이라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재판부의 명시적인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