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반재벌' 정서 결과물, 정부 '재벌개혁' 기조 반영도"항소심, 치열한 법리공방 예상… 공정한 판단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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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부의 1심 판결을 놓고 '여론에 휩쓸린 결과'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핵심 쟁점인 뇌물공여 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반기업 정서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에 비춰 유·무죄를 따져야하는 재판부가 정부의 기조와 여론을 의식했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그간 진행된 공판과정을 살펴볼 때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재판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임에도 판단 과정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판 결과로 인해 국내 반기업·반재벌 정서가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공판 내내 우려해 온 재판부의 여론 의식이 결국 현실이 됐다. 이번 재판은 국내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공익활동에 족쇄를 채운 꼴"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전·현직 임원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구속 만기일을 불과 이틀 앞둔 채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일부 시민들과 재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의 반발을 야기시켰다. 

    특히 피고인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에 도움을 기대하며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규정하는 등 핵심 사안으로 꼽혀온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종결지었다.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그간 수십 차례 공판과정에서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첨예한 법리다툼이 이뤄진 쟁점이다. 해당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나머지 혐의가 연달아 유죄로 판단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들이 요구돼왔다.

    하지만 특검은 정유라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뇌물공여로 판단한 의혹들에 대해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특검이 신청한 증인들마저 삼성의 개입 및 연관성에 대해서는 일체 관련된 증언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는 '국민들의 힘으로 법치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소중한 계기'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공판과정 내내 '특검이 국민 정서를 자극해 여론에 편승하고 있다', '법은 여론 위에 있어야 한다' 등의 우려가 쏟아져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명확한 증거를 토대로 한 입증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 등에 기대 입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새 정부의 '재별개혁' 의지도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혀왔다. 더군다나 특검은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위원장까지 증인으로 소환해 당시 '재판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겼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지난 4월 1차 공판을 기점으로 141일간의 장고 끝에 내려진 판결이 이 같은 요소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삼성그룹 및 국내 경제계에 대한 악영향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어 1심 판결에 대한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대다수 주요 외신들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들은 삼성그룹의 위기설을 심층 보도하면서 '재벌에 비판적인 여론에 따라 발생한 판결'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명성이 일부 여론에 휘둘려 그 의미가 퇴색됐다"며 "변호인단도 항소를 통한 무죄 입증 의지를 적극 내비친 만큼 항소심에서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