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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7월 유커는 70% 가까이 줄었다. 이로 인해 관광수지 적자폭도 2007년 108억달러(약 12조원)에서 올해는 150억달러(약 17조원)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유커를 대신할 관광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무슬림(이슬람교도) 관광객을 유혹할 수 있는 획기적 유인책이 필요한 이유다. 

     

    3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들어 7월말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49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전년(2015년)보다 33% 늘어난 98만6000여명이 방한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 영향으로 우리나라를 자주 찾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관광객은 무슬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0% 이상, 말레이시아는 60% 이상이 무슬림이다. 이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이른바 '할랄 음식'만 먹는다. 돼지고기도 금기시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가공된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 식당들은 대부분 돼지고기나 그 부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동남아 관광객이 한국 관광 중 식사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조사한 '무슬림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방한 무슬림 관광객의 68%가 한국 여행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음식을 꼽았다.

     

    관광공사도 이를 인식하고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다음달 1일부터 10월31일까지 진행되는 '할랄 레스토랑 위크' 행사도 그 일환이다. 이 기간 전국의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107개소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할인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9월7일에는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무슬림 유명 셰프를 초대한 할랄음식 시연·시식 행사도 열 예정이다.
     
    문제는 같은 무슬림이라 해도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할랄 인증'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동지역 나라들이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은 엄격하지만, 이른바 세속국가로 분류되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 등은 느슨한 편이다. 돼지고기만 제외하고, 술을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을 허용하는 나라들도 있다.

     

    관광공사가 지난해부터 '무슬림 친화 식당 분류제'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슬림 친화 식당 분류제'는 무슬림에게 적합한 식당을 '할랄 공식인증', '자가인증', '프렌들리', '포크 프리' 등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해 개인의 신념과 기호에 맞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식당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할랄 공식인증'은 이슬람교중앙회 등 공인된 기관의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이며, '자가인증'은 운영자와 조리사가 무슬림인 식당을 말한다. 할랄 음식을 일부 팔고 있으면 '프렌들리', 할랄 음식을 팔지는 않지만 돼지고기 요리는 취급하지 않는 식당은 '포크 프리'이다.

     

    관광공사는 '할랄 레스토랑 위크' 행사 기간 무슬림 관광객이 보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제'를 통해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대한 정보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입국 문턱이 아직도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제주도를 방문하기 위해 인천과 김해공항 등에서 환승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린핀 단체관광객들은 비자 없이 5일간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도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유커만 무비자 혜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상품을 신청한 단체여행객에 국한돼 '반쪽짜리 혜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유여행을 원하는 개별 관광객들은 무비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무슬림 특성에 맞는 관광 서비스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관광시장에 있어 무슬림 관광객 유치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행 중에도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는 무슬림 특성에 맞는 관광 서비스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