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재내용-법정증언' 감안, 서면증거 채택 문제 없다 주장변호인단, 대통령 발언 전한 명백한 전문증거… "전문법칙 적용 당연"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A라는 사람이 무면허 운전으로 입건됐다. 그러나 사실 그는 운전을 거부해 운전을 하지 않았다. 기관은 그가 운전하는 걸 봤다는 제3자 진술을 가져왔다. B라는 사람이 운전하는 걸 봤고 C라는 사람이 그걸 듣고 진술한 경우다. 이런 경우 C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전문증거는 법에서 정한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1차 재판에 출석한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가 전문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에 제한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특검은 해당 증거가 전문법칙에 해당해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단의 문제제기는 법을 적용하는 범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1심 재판부가 수첩 등을 서면으로 인정했고 사실관계 역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이 12일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열렸다. 재판은 항소이유를 중심으로 한 모두진술과 쟁점정리 프리젠테이션, 반대의견 진술로 진행됐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이유와 그에 대한 반대입장이 확인됐다.

    특검은 재단지원과 제3자 뇌물공여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해당 사건이 국정농단 사건의 본체로 규정하면서 사건은 형사재판의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경영권 승계와 부정한 청탁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특검 진술조서, 안종범 및 김영한 업무수첩 등의 증거능력을 두고도 날선 공방이 연출됐다. 특히 업무수첩의 전문법칙 해당 여부를 두고 법리공방이 치열했다.

    변호인단은 1심이 전문증거를 간접사실로 인정해 전문법칙을 훼손했다고 항변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은 수첩은 전문증거에 해당해 전문법칙이 적용돼야 하지만 1심에서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안종범 수첩을 요증사실로 하려는 건 이 부회장이 수첩에 기재된대로 했다는 걸 전제한다. 이는 수첩이 진실하다는 명제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될 경우 어떤 전문증거도 간접사실로 인정되고 사실 그대로라면 요증사실까지 인정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될 경우 전문법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안종범 수첩의 내용은 독대때 이런 대화를 했다는 걸 들었다는 거다. 원진술은 이런 내용을 이야기한 게 원진술"이라며 "해당 수첩은 증거서류로 전문법칙이 적용돼야한다. 증거물인 서면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 313조 1항과 2중, 3중에 명시된 전문서류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사망해 진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갖춰야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안종범 수첩과 같은 논리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물인 서면으로의 능력이 아닌 전문법칙이 적용된 전문증거로 다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특검은 기재내용과 법정증언, 관련자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사실관계가 인정돼 서면 증거로 채택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왕재산 간첩 사건과 같은 판례를 볼 때 전문증거로 서면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반박이다.

    더욱이 형사소송법 313조에 따라 진술자의 자필이나 서명날인이 있을 경우에는 서면으로 채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종범 수첩 역시 자필로 본인이 법정에서 작성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의해 진술증거로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인 왕재산 판결의 경우 기밀문건을 유출했다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해 안종범 수첩과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또 원심은 전문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결에서 전문증거로 전문법칙이 적용된 사실을 내세웠다.

    아울러 특검이 주장한 형사소송법 313조 진술자의 자필이나 서명날인에 대해서는 안종범 수첩은 타인의 진술을 기재한 것으로 타인진술 기재서류의 경우 원진술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어야 증거로 능력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해당 수첩이 진술서이기 때문에 진정성립만으로 증거능력이 된다는 주장은 형사소송법 313조과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오후 재판에서는 양측의 중요 항소이유인 부정한 청탁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변호인단은 제3자 뇌물공여죄 및 부정한 청탁의 성립 여부, 묵시적 의사표현에 대한 해석, 승계와 승계작업의 연관성, 개별 현안과 경영권 승계의 당위성을 앞세워 부정한 청탁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특검은 도출된 증거와 증언을 감안할 때 변호인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변호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묵시적 청탁으로 인정된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