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영업손실… 졸업 4년 만에 또 다시 법정관리소액주주 6명이 법정관리 신청… "70년 역사 잇겠다"대주주·경영진 외면에 회생 가능성 의심 목소리도
  • ▲ 서울 종로구 소재 삼환기업 본사. =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삼환기업 본사. = 성재용 기자


    대한민국 건설史과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삼환기업이 상장폐지와 자본잠식·파산위기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굴욕을 벗어나기 위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2년에 이은 두 번째이자 앞선 법정관리 졸업 이후 4년 만이다. 관건은 이번 법정관리를 계기로 살아날 수 있느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회생법원 2부는 삼환기업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관리인에는 정화동 현 삼환기업 대표가 선임됐다. 회사 영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법원은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주주목록을 제출받은 뒤 다음 달 17일부터 12월7일까지 회생채권·회생담보권 조사를 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은 내년 1월18일이다.

    앞서 홍순관씨 등 삼환기업 소액주주 6명은 9월11일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회생절차를 개시해달라고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달 18일과 25일 두 차례 심문을 열고 검토한 끝에 주주들의 신청을 수용했다.

    홍순관 삼환기업 소액주주 대표는 "지난번과 달리 법원에서도 삼환기업 재무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회생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회사가 파산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 법원에서도 이번 신청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2015년에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고금리를 받고 있던 금융채권단의 반대로 법원에서 반려됐다.

    삼환기업은 1946년 故최종환 회장이 설립한 건설사로, 국내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중동에 진출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1960~70년대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권 내에 들 정도로 건설·토목 분야에서의 입지가 탄탄했다.

    하지만 1996년 최용권 회장 취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용권 명예회장의 불법 정리해고 논란 및 비자금 문제 등이 터지더니 공공 토목사업 발주량 감소와 주택시장 침체로 2010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2375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손실이 지속되자 같은 해 7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와 구조조정 등으로 법정관리 6개월 만인 2013년 1월 조기졸업하고 시장에 복귀했다.

    당시 삼환기업 이사회는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자마자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후 확정된 회생계획안에 따라 삼환기업은 최우선적으로 하청기업에 채무를 갚아나갔으며, 회생담보권을 가진 외환은행·우리은행·수출입은행에 회생개시 전 이자를 현금으로 2년에 걸쳐 변제하고, 나머지 기관들에게 2020년까지 변제하기로 했다.

    법원에서도 삼환기업이 정상적으로 회생계획안을 이행할 것으로 판단,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6개월 만에 최단기로 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한 것이다.

    2013년 법정관리 조기졸업 이후 삼환기업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를 하고 있으나, 계속되는 사업 부진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지속됐다. 결국 2013년 결손금을 기록하더니 2014년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어 2015년 4월에는 자본금 잔액잠식으로 상장폐지됐다.

    상폐 이후 자본잠식은 698억원까지 늘어났으며 영업손실도 7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들어서는 경영난이 더 악화됐다.

    상반기 기준 잔여 회생채권은 약 1514억원에 달하며, 유동부채는 818억원가량이다. 또 농협·하나은행·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회생채권도 263억원이 있다.

    이 같이 갚아야할 채무는 여전하지만 상반기에 건설공사부문과 개발·분양부문 영업손실은 각각 125억원·12억원 발생하는 등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회계감사 의견거절이 난 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사실상 신규수주도 끊겼다. 영업이익이 나지 않다보니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4월 이후에는 현장운영비조차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 미지급금도 100억원이 넘으며, 최고 12%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도 부담하고 있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각 예정 비유동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삼환기업의 매각예정자산은 12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주주 및 경영진들이 '회사 살리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 역시 소액주주들이 신청한 것이다. 소유 지분의 10%가 넘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법정관리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현재 소액주주의 총 지분은 약 17%에 이른다.

    홍순관 대표는 "상폐 위기에 처했을 때 사실 90억원만 넣었어도 이를 피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당시 대주주가 출자를 하지 않아 결국 상폐됐다. 오히려 정리매매기간에 헐값으로 지분을 주워 담아 자기지분을 53%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2년 처음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사유재산을 털어서라도 회사를 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허울뿐이었다"며 "수차례 삼환을 살리기 위한 방법 등을 건의했지만, 지분이 절반이 넘는 최 명예회장 일가는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환기업을 살리기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법정관리 신청뿐인 상황이었다. 무책임한 대주주로 인해 70년 역사의 삼환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애통한 일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 번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손을 놓은 상황인 만큼 삼환기업의 기사회생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회생가치가 높다고 판단해서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윗선이 손을 놓은 상태에서 소액주주들이 회생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또 수주가 끊긴 마당에 채권자나 협력업체 등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우리 소액주주들도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영광은 찾지 못하더라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