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7일까지 찬반투표 진행… 다음달 중순 파업 시작현대重, 유휴인력 3000명에 올해 매출 감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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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에 이어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수주절벽으로 촉발된 일감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력감축을 선택했지만, 노동조합이 반발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7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조합원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파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파업에 나선다. 사측의 희망퇴직 추진을 반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회사는 난 16일부터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3년 만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 전체 11개 도크 중 3개는 일감부족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유휴인력도 3000여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은 지난 2016년 20조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올해는 3분의 1 수준인 7조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부득이하게 희망퇴직을 접수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측의 유휴인력 산정이 실제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며 일감부족이 해결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자구안 이행률이 100.5%에 달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2월 노사 단체교섭을 마무리하며 유휴인력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했는데 회사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감부족에 따른 유휴인력에 대해서는 교육과 유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며 “그러나 회사는 앞선 약속을 저버리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고통분담을 위해 임금 일부 반납이 담긴 올해 임단협 개정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 등이 담긴 요구안으로 맞섰다. 양측은 이견을 좁히기 위해 비공식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점 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에 희망퇴직을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전달하고 최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며 “희망퇴직 접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앞선 글로벌 불황으로 일감을 많이 확보하지 못해 만성적인 일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은 2016년 24척(39억 달러), 2017년 48척(47억 달러) 등이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설비 이후 신규수주가 없다. 

증권가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은 수주를 한 후 선박 건조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박 매출이 실적으로 잡히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앞서 저조한 수주실적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적자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6% 감소한 2조9109억원,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74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일감부족과 함께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노조의 지난 2015~2016년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매출손실은 264억원이다. 노조는 올해 진행할 파업이 2년 전 보다 대규모·장기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회사가 입을 피해는 과거 보다 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사는 다음달 중순 첫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파업과 관련된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상견례 전까지는 파업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