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마련,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성과"
  • 최근 '환율전쟁'의 재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2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제시 일정 등을 담은 '서울 액션플랜'에 합의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을 끝낼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 금융기구 개혁 등 세계 경제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후속 조치 마련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G20 정상들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 서울 회의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주어진 시간마저 얼마 없어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가이드라인 합의는 아니더라도 내년 일정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성과로 보인다.

    또 `환율 전쟁'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격렬했던 환율 갈등을 일단 봉합시킨 것도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내년 정상 회의에서도 중국, 독일 등 경상수지 흑자국과 미국 등 적자국이 날카롭게 맞설 것으로 예상돼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길을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주요 20개국이 모여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 결정적인 환율제도를 이행하기로 하고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의 시한을 정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안전망이나 IMF 쿼터(지분) 중 6%를 신흥국에 이양하기로 한 것 등도 이미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상황이지만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세계 환율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면 좋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중국은 여전히 환율을 어떻게 내리겠다는 스케줄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양자 대화에서 합의되지 않으니 이번 회의에서 다자간 협의를 통해 압력을 넣으려고 했는데 다자간 협의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불균형 성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의제화하고 내년까지 합의하기로 한 것만 해도 우리나라가 큰 역할 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국가별로 다른 형편과 사정에 맞춰 가이드라인이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앞으로 과제다.

    시장 결정적 환율의 경우 기본 방향은 맞지만, 인위적으로 환율을 결정한다고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즉 시장 결정적 환율 도입 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이 원칙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 현안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니 환율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준과 실행 방안에 대한 대안을 계속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대안을 제시할 때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재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환율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던 각국 정상들이 지정학적 위험이 있는 우리나라에 모여 합의문의 형태로 이견을 조율했다는 점을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상들이 공조하기로 공감을 표시하는 데 그친데다 이번 회의를 통해 '환율전쟁'이 끝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 경상수지 가이드라인도 일정에만 합의한 것이어서, 이번 회의는 전반적으로 경주회의의 불씨를 살려갔다는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개도국에 대한 경제협력 부분이 추가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으나 중앙은행 간 공조체제 구축 등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한 안건이 구체화하지 못한 점을 볼 때 다소 실익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는 금융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회의 이후 우리 정부는 그간 추진해오던 수출 주도 및 경상수지 확대 전략 등 경제운용 기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