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는 돌아오지 않아지하경제 육성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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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인 2009년 6월 23일,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이 처음으로 시중에 나왔다. 첫해인 2009년 10조원에 조금 못 미치던 발행 잔액이 5월말 현재 44조4767억원으로 불어났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무려 8억8953만장에 달한다.

    그러나 5만원권은 풀기만 하면 사라지고 있다. 올해 1월~5월 5만원권 환수율은 27.7%에 불과하다. 나머지 72.3%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1만원권의 경우 지난해 94.6%가 환수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지난해 5만원권의 비중은 67%로 시중에 도는 화폐 3장 중 1장은 5만원권이다. 산술적으로는 화폐 발행 잔액 기준으로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 1명당 평균 22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5만원권 22장을 가지고 다니거나 장롱 안에 보관하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만원권은 유통 개념보다 저장 개념이 더 강한 측면이 있다"며 "유통이 되지 않으면 지하경제 규모는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라진' 5만원권은 지하경제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5만원권은 사과상자에 25억원, 007가방에 5억원이나 들어갈 만큼 고액으로 보관하기 편하다. 휴대가 간편한 만큼 정치 자금이나 각종 비자금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있다.

    불법 카지노 도박 자금, 성매매, 법정 이자율을 넘는 고리 사채 등 지하경제에서의 거래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 정책도 한 몫했다. 지난해 1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하루에 2000만원 이상 현금을 입출금 한 거래자의 정보는 모두 분석돼 국세청과 검찰에 통보된다.

    고액자산가들은 금융거래 내역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5만원권을 개인금고에 보관하는 일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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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화되고 저금리로 화폐 보유성향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5만원권의 증가 원인을 추정했다. 단 지하경제 부문은 분석이 어렵고 과학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원인만 들여다본 평가라는 단서를 달았다.

    5만원권을 찍어내는 한국조폐공사도 5만원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5만원권 지폐의 가치가 높다보니 지폐 발행량이 40% 이상 줄었다"며 "돈을 찍어야 돈을 버는 구조다 보니 경영환경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5만원권 발행이 공사 경영에 타격을 줬다고 말했다.

    돈을 '돌아야' 제 역할을 수행한다. 사라지는 5만원권이 늘어날수록 우리 경제의 그늘이 더 커질 수 있다. 5만원권이 지하에서 '양지'로 떳떳하게 돌아와 원활하게 통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