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내 사고 해마다 100건 이상 발생… 긴급차량 10분 내 도착 터널 10% 불과입·출구 소방대 운영 제안 눈길
  • ▲ 터널 사고 대비 훈련 모습.ⓒ연합뉴스
    ▲ 터널 사고 대비 훈련 모습.ⓒ연합뉴스
  • ▲ 터널 사고 대비 훈련 모습.ⓒ연합뉴스
    고속도로 터널이 여전히 신속한 사고처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내년 개통 예정인 인제터널은 가장 가까운 소방서가 30㎞쯤 떨어져 있어 터널 내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골든타임 내 도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터널에서 발생한 교통·화재 사고는 2012년 112건, 2013년 100건, 지난해 110건 등 해마다 100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올해도 현재 81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터널에서 사고가 났을 때 소방차·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10분 이내 사고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전체의 1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도로공사가 내놓은 '지역별 사고현장 도착예정시간 현황'을 보면 전국 고속도로 터널 744곳 중 긴급차량이 10분 이내 사고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은 83곳으로 전체의 10.7%에 불과했다.

    10~19분이 걸리는 곳이 446곳으로 57.6%였다. 사고현장 도착시간이 20~29분으로 예상되는 터널은 187곳(24.2%), 30분 이상 걸리는 곳도 28곳(3.6%)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도로공사가 제출한 도착 예정 시간 분석자료는 실제 측정자료가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한 조사결과로 알려졌다. 사고현장 주변의 어지러운 교통상황을 고려하면 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명 구조를 위한 황금시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고속도로 터널에서 해마다 100여건의 교통사고와 화재사건이 발생하는 데 긴급차량 출동이 30분 이상 걸리는 것은 문제"라며 "적어도 30분 이상 걸리는 28곳에 대해 조속한 현장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고행동 매뉴얼이 실제 측정 없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만으로 파악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내년 개통 예정인 국내 최장 인제터널의 긴급차량 접근성이 떨어져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인제터널은 국내 최장대 터널인 만큼 자동화재탐지설비, 제연설비, 피난연락갱 등 주요 방재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시점 측에서 가장 가까운 소방서인 기린 119안전센터가 30.4㎞쯤 떨어져 있어 차량 소통이 원활해도 출동에 31분이 걸리는 것으로 예측됐다. 종점 측에서 가장 가까운 양양 119안전센터도 27.2㎞나 떨어져 있어 출동에 26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공사가 황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고속도로 터널화재 현황'을 보면 총 60건의 화재 중 소방차에 의해 진압된 화재가 30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황 의원은 "소규모 화재의 경우 터널 내 방재시설로 진압이 가능하지만, 대형화재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소방차가 필요하다"며 "중국만 해도 18㎞에 달하는 종난선 터널의 입·출구부에 소방대 2개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최장대 터널인 인제터널의 경우 안전대책을 여러모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 사례를 참고해 화재 등 사고 발생 때 골든타임 안에 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있는 인제터널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잇는 고속도로 터널로 길이가 10.965㎞에 이른다. 이는 기존 최장대 터널인 중앙선 죽령터널(4.6㎞)보다 2배 이상 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