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및 자녀, 동부화재 지분 7.9% 블록딜 추진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및 정의선 부회장, 현대글로비스 13.39% 블록딜 성사
  •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각 사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각 사

     

    대기업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 매각이 그 목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과 자녀들은 주식 담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지분을 팔려고 한다. 반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공정거래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  

     

    19일 재계 및 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기업 2곳의 오너 일가가 보유지분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거나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과 장남 김남호, 장녀 김주원씨는 각각 보유 중인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이들이 보유 중인 동부화재 지분은 김준기 회장 7.87%, 김남호 14.06%, 김주원 4.07% 등이다. 이 가운데 총 7.9%(558만2000주)를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대금은 35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매각 목적은 오너 일가가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특히 동부화재 주가가 최근 6개월 동안 2만5000원 이상 올랐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오너 일가 지분의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어서 주가 하락 시에는 반대 매매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보유지분 매각에 나선 동부그룹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규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보유지분을 팔았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내부 거래 규모가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관련 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올해 2월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는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11.51%,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31.8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매각한 지분은 각각 4.8%, 8.6%로 총 13.39%(502만2170주)에 해당됐다.

     

    이들은 앞서 1월에 첫 시도를 했지만, 물량이 너무 많고 가격 등 일부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2월에 재매각을 추진한 끝에 주식 처분에 성공했다. 이들이 손에 쥐어진 금액은 총 1조1576억원이다. 매각 이후 정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29.9%로 아슬아슬하게 규제를 피하게 됐다. 게다가 여윳돈까지 생겼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9월과 이번달에 현대차 지분을 잇따라 매입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각각 1.44%, 0.84% 사들였다. 이로 인해 정 부회장의 현대차 보유 지분은 2.28%로 늘어났다. 총 투입된 자금은 8000억원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동부화재 지분 매각 주관사는 모건스탠리이며, 국내외 기관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예상 매각가격은 지난 18일 종가 6만6400원에서 3.6~8.1% 할인된 6만1000원~6만4000원이다. 매각대금은 3400억~3750억원이 될 전망이다. 매각이 안되는 잔여지분은 모건스탠리가 전량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예수 기간은 6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