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확대 개편한 신한카드 '인적 투자' 사례 변수될 듯
  •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카드업계에도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당장 내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최근 임원급 인사를 단행한 대형 카드사들이 임원들의 보직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단행한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34명 임원 가운데 8명의 책상을 뺐다. 전체 임원 가운데 25%가 삼성카드를 떠난 것이다.

    계속된 삼성카드 매각설로 교체 가능성이 제기돼 왔던 원기찬 사장은 유임됐으나, 부사장직은 2개에서 1개로 줄었다. 정준호 리스크관리 총괄 부사장은 자리를 유지했고, 현성철 전략담당 부사장은 계열사인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다.

    승진 인사는 정상호 개인영업본부장을 전무로, 허재영 비즈솔루션팀장을 상무로 올리는 등 단 2명에 그쳤다. 지난해 6명의 승진자를 배출한 것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이는 삼성그룹 내 같은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승진 인사가 각각 14명에 달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삼성카드의 임원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조만간 있을 조직개편에서도 인력감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직 슬림화 및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그룹의 기조를 감안하면 부서 통폐합을 통한 인력감축을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카드는 최근 휴직 및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들도 구조조정 한파를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이미 3000여명의 인력감축을 진행한 데다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가 내년 초 줄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현직 CEO들이 연임에 실패해 신임 CEO가 내정될 경우 인적 쇄신이라는 명목으로 큰 폭의 인사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수장인 김덕수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김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는 가운데 외풍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인 탓이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차기 회장 후계 구도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안팎으로 나돌고 있다. 때문에 카드뿐 아니라 KB금융 계열사 전반적으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김옥찬 전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도 임원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지난해 초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경영 정상화를 빠르게 시켰다는 점과 어려운 업황에도 선방한 점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김덕수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도 불을 지핀다. KB국민카드는 올 들어서 3분기 말까지 전년동기대비 3.79% 증가한 28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김 사장 외에도 KB국민카드에서는 기획본부장 김준수 전무와 브랜드전략부부장의 백문일 상무가 오는 2016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개인영업본부장의 이몽호 상무와 미래사업본부장의 정성호 상무, 전략영업본부장 김성수 상무, IT본부장 이철규 상무, 정보보호본부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광일 상무 등은 이달 말일로 임기가 종료된다.

    유구현 우리카드 대표 역시 내년 2월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수한 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강원 전 우리카드 사장의 선례가 있어 연임 여부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 전 사장도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연임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올 들어 9월 말 현재 기준 10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56.21%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카드에서는 유 대표와 함께 김진석 부사장과 김희건 부사장, 윤의연 마케팅본부 상무 등도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역시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난다. 정 사장은 올 한 해 동안 외환카드와의 합병 안정화와 통합 시너지 극대화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병 직후 적자세를 면치 못했던 실적 역시 한 분기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점도 긍정적인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미 한 차례 연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연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 사장과 함께 하나카드 임원 중에서는 영업본부의 손재환 전무와 이승훈 고객관리본부장, 심상석 리스크관리본부장이 당장 이달 말일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인사태풍이 몰아치는 카드업계에 내년부터 영업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별로 내년부터 각각 1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연간 6700억원 가량의 순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삼성페이로부터 시작된 각종 페이 열풍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결제시장에 경쟁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이밖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나 카드 소멸포인트 자동기부 법제화 등의 악재도 잇따라 예고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카드사들은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가장 손쉽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일 것"이라며 "중소형사들의 경우 카드업의 특성상 신규회원 모집 등 영업력을 강화해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조조정 한파가 살짝 비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카드는 지난 11일 단행한 임원 및 부서장급 인사를 단행, 조직체제를 오히려 확대 개편했다. 기존 4부문14본부50팀 체제에서 6부문14BU(Business Unit)52팀으로 확대하면서 실무 인력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부문장으로 부사장을 배치하던 기존 인사운영 방향에서 탈피, 부장급에게도 본부장 직책을 부여해 의사결정 단계를 축소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따라 신한카드 부사장급 인사들의 거취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이번 인사로 이재정 부사장과 권오흠 부사장의 보직이 변경되긴 했지만, 내년 2월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탓이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거쳐 사장과 부사장급 임원들의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조성하 부사장의 경우 이번 인사 명단에 빠져 있어 연임 여부 자체가 더욱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8월 지주사 임원인사를 단행할 당시에도 경영효율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주사 부사장직을 줄인 바 있다. 신한카드 측은 "업계 전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CEO의 강력한 의지가 금번 조직개편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