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하나카드 생산성, 직원 평균 연봉만도 못해

  •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 7곳 가운데 올 들어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은 당기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영효율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직원들의 업무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며, 통상적으로 직원 평균 연봉의 3배 수준을 적정치로 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의 최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에 종사하는 1만3025명의 직원들은 3분기 동안 평균 1억1217만원의 생산효율성을 나타냈다.

    회사별로 보면 우리카드의 직원 1인당 순이익(생산성)이 2억1728만원으로 이들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1억5707만원)대비 무려 38.33% 증가한 수준이며, 우리카드 직원 1인당 평균 연봉 대비로는 무려 4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에 종사하고 있는 463명의 직원들은 평균 57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우리카드의 생산성이 급격하게 개선된 이유로는 대손준비금 적립액이 낮아지면서 당기순이익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올 3분기 들어 전년동기(644억)대비 56.21% 급증한 10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우리카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분사하면서 최근 2년여 동안 대손준비금을 크게 쌓아왔다. 대형 카드사들의 경우 이미 적립된 금액이 있어 조금씩 쌓아도 누적 대손준비금은 안정적이었지만, 우리카드는 처음부터 새롭게 쌓아야 했던 탓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올해 들어서는 대손준비금 적립액을 줄일 수 있게 되자 이와 관련한 반사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올 들어 지난해보다 150억원 가량 줄어든 354억원의 대손준비금을 쌓았다.

    대손준비금은 금융사들의 손실흡수능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여신전문업법에 따라 카드사들은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에 대비해 이익잉여금 중 별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우리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가 1억9434만원의 생산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KB국민카드는 28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업계 2위권 규모를 달성했고, 1466명의 KB국민카드 직원들은 1인당 평균 6700만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뒤이어 신한카드(1억6338만원)·삼성카드(1억218만원)·롯데카드(6665만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와는 달리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만도 못한 생산성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카드 직원 2928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올 3분기 누적 5900만원이었지만, 현대카드의 생산성은 이보다 낮은 5574만원에 불과했다. 현대카드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분자에 해당하는 당기순이익은 급감했지만, 분모에 해당하는 직원수는 200명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현대카드가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16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51억원)보다 20.43% 급감했다. 반면에 현대카드 직원들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74명에서 올 9월 말 현재 기준 2928명으로 200여명이 늘었다. 덕분에 직원 급여를 포함한 판관비 역시 전년동기대비 7.92%(361억) 늘어난 492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통합 출범한지 얼마 안된 탓으로 풀이된다. 하나카드는 SK텔레콤과 조인트벤쳐(JV)합작계약을 맺은지 4년여 만에 지난해 말 또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했다. 하나카드는 올 들어 1~9월 동안 2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생산성은 3031만원에 불과했다. 이 기간 동안 838명의 하나카드 직원들은 1인당 평균 6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한편 카드사들의 생산성은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당기순이익 감소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드시장의 정체된 성장성과 함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수익성 등이 부각됐다"며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긴 하나 인하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비용절감만으로는 수수료 수익 감소분을 전부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