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전까지 분양승인 불가 방침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일방적으로 분양보증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과열된 분양시장을 잡겠다고 내놓은 11·3부동산대책에 발맞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 손실은 물론 분양예정물량 일정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분양예정물량은 전국 7만5388가구로, 서울에서만 15개 단지가 예고됐었다. 서울은 이번 11·3대책 규제를 직격탄으로 맞은 곳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업지도 있다"며 "11월 이후는 겨울 분양 비수기에다가 내년 설날까지 겹쳐 있어 일정 잡기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는 것은 HUG가 정부 대책발표 전후로 분양보증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어서다. 분양보증이란 입주자 모집공고를 위한 필수 관문이다. 건설사들은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지자체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분양보증이 없다면 입주자모집공고를 진행할 수 없다. 즉, 분양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규제 현실화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11·3대책은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와 1순위 청약조건 강화가 핵심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는 지난 3일 입주자모집공고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반면 청약 1순위 강화와 재당첨 금지 조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이후부터 적용된다.

    HUG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 전까지 정부가 지정한 조정지역에서 등장하는 사업지 분양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책 발표 이후에 규제에서 벗어난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몰리면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주 예정대로 분양한 단지를 보면 △강원 동해 △경기 용인 등으로 정부 규제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이번주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 분양일정은 △경기 시흥·용인·남양주 △경남 양산 △경북 김천에서 예고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과도하게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며 "분양승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 측면을 고려해 사업지별 분양승인 차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개별 업체들과 계속해서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분양일정 전면 재수정에 들어갔다. 특히 규제 발표 전부터 사업을 준비한 건설사는 금융비용 등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중흥건설은 분양승인을 거부 당해 동탄2신도시 사업을 연기했다. 지난주 일반분양과 공공분양을 동시에 선보이려고 준비했지만, 현재 공공분양만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송파구 풍남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올림픽 아이파크'도 분양일정이 연기됐다. 조합은 지난달 13일 분양승인을 접수했다. 분양승인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약 1주일 내에 결정된다.

    그러나 풍남우성 재건축 조합은 아직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조합원 20여명이 HUG 본사(부산)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조합 관계자는 "HUG는 서류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분양승인을 연기했다"며 "분양승인이 나오면 사업일정을 바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들도 분양연기로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지난주 분양이 예고됐던 사업지에서 일정이 늦어지면서 자금마련과 청약을 다시 계획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동탄2신도시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일정이 갑자기 연기된 이유를 묻는 손님들이 많았다"면서 "정부가 분양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했지만, 실제 피해는 실수요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도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건설사들도 사업이 연기되면서 분양가 등 전반적인 계획 변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