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요인 제거시 1분기 순익 규모 약 100억 차이유가증권 처분·자회사 편입 효과 등 실적 변수 多
  • ▲ 신한·KB금융지주 건물 전경. ⓒ 각사.
    ▲ 신한·KB금융지주 건물 전경. ⓒ 각사.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KB금융의 추격 속도가 무섭다. 계열사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KB금융지주가 신한과의 격차 좁히기에 성공했다.

    최근 비은행 부문 강화 작업을 추진 중인 KB금융이 9년 연속 1위인 신한의 아성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KB금융, 1년 새 신한금융 턱 밑까지 성큼…국민은행, 신한 역전승 성공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난 20일 나란히 올해 첫 성적표를 공개했다.

1분기 순이익으로 신한금융 9971억원, KB금융은 8701억원을 거두며 설립 후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 ▲ 신한·KB금융지주 건물 전경. ⓒ 각사.
    두 금융사 모두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실적을 보여줬다. 

    2016년 1분기까지만해도 신한과 KB금융은 각각 7714억원, 554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는 순익 규모를 대폭 늘리며 대형 금융사의 위상을 뽐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회성요인을 제외하면 신한과 KB의 순익 규모가 비슷한 점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신한카드 관련 일회성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세후 2800억원이 발생했고, KB금융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매각익으로 158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두 지주사가 올해 거둔 수익에서 이같은 요인을 제외하면 신한과 KB의 순이익은 각각 7200억원, 71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금융사 본업만 놓고 보면 KB가 신한을 거의 따라잡은 모양새다.

    심지어 그룹 전체 실적을 책임지는 은행업에서는 KB가 신한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국민은행 1분기 실적은 6635억원으로 신한은행(5235억원)을 앞지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가계신용대출과 소호대출고객에 대한 등급 세분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저금리 핵심저원가 예금을 꾸준히 늘리며 순이자마진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은 1.66%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여신 성장세가 견조했고 신탁 수수료가 늘어난 덕분에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53%로, 전분기와 전년동기 대비 각각 0.04%, 0.05% 올랐지만 국민은행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 승부처는 일회성 요인‧비은행부문, 1위 두고 신한 vs KB '엎치락 뒤치락'

    올해 신한과 KB가 펼칠 실적 경쟁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일회성 요인과 비은행 강화로 볼 수 있다. 

    먼저 일회성요인을 살펴보면 두 금융사 모두 새 회계기준 IFRS9 도입을 앞두고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모두 처분해 매각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기준 IFRS9에서는 기업 주식을 매각해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할 수 없어서다. 결국 지분 매각에 따른 순이익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올해가 마지막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올해 국민은행을 통해 보유중인 주식을 처분할 경우 6000억~8000억원의 매각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투자 중인 포스코나 SK네트웍스 지분을 내다 팔면 약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비은행부문 강화도 올해 실적 판가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B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자회사 작업이 완료되면 올해부터 자회사 순익이 지주내 100%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만 보더라도 KB손해보험은 99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 계열사 내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B금융이 보유 중인 KB손보 지분율은 39.8%에 불과해 전체 실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에 이어 KB손보, KB캐피탈를 완전자회사로 전환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면 올해 리딩뱅크 탈환도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손보와 캐피탈 완전자회사 편입 시 KB그룹 당기순이익 가운데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2.1%에서 38.5%로 껑충 뛰게 된다.

    KB의 빠른 추격을 막기 위해 신한도 고군분투 중이다. 

    신한금융은 지금까지 마련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발판삼아 비은행부문 강화 작업에 빠르게 돌입하고 있다.

    난해 말 그룹사 당기순이익 가운데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 48%까지 확대됐다. 2016년 1분기(29.5%)에 비하면 18.5%포인트 커진 수치다.

    지주 계열사 가운데 신한카드는 1분기만에 41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올해 초 취임 한 조용병 회장 신한은행, 신한카드처럼 신한의 모든 계열사를 '업계 1위'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만큼, 향후 성장동력을 자본시장으로 옮기고 금융투자업에서의 실적 확대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KB금융 모두 실적 변수로 떠오를 일회성 요인이 많아 승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다만,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은행 기초체력은 오히려 좋아지고 있어 두 금융사 모두 개선된 실적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