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노조 필요성? 글쎄"… 특수직 개인사업자 성격, 충분한 고민 필요
  • ▲ 택배노조활동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는 노조 관계자들 ⓒ 연합뉴스
    ▲ 택배노조활동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는 노조 관계자들 ⓒ 연합뉴스



    정부가 인정한 '택배노조' 활동을 두고 현장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는 지역 대리점과 택배사 측이 교섭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리점과 회사는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택배기사들의 노조설립을 허가했다. 정부의 허가에 따라 택배노조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노조원이 속한 CJ대한통운 지역 대리점 여러 곳에 교섭을 요청했다.

    각 대리점은 노조와의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리점 측은 택배기사들이 소속 근로자가 아닌 계약에 의한 '개인사업자'인 만큼 교섭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 대리점과의 교섭이 원활하지 않자 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노조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을 앞세워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상 노조는 각 대리점이 아닌 본사인 CJ대한통운 차원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본사가 택배기사와의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대리점, 본사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 양상을 보이자 업계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개인사업자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노조 허가가 업계의 갈등을 부추겼다는 입장이다. 노조 허가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택배업 종사자는 노조법에 의한 쟁의권만 행사할 수 있다. 택배업은 임금, 근무시간, 휴가 등 일반적인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만으로 택배기사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에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택배업 종사자의 경우 개인사업자로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택배기사가 법정 근로자로 인정받는다면 세율 증가 등에 따라 오히려 가입을 꺼리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인식과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 활동을 허가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대다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결정이 업계의 갈등을 초래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도 현장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행 초기인 현재로서는 대리점과 소속 기사 간 대화창구 마련 자체가 유의미 하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각 택배대리점에서 노조, 교섭에 대한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장은 대리점 측이 노조의 교섭에 응할 것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