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밴 수수료 정률제 전환, 수수료율 체계 조정금융당국 스스로 규칙 어기며 추가 인하 시사
  • ▲ 최종구 금융위원장 ⓒ뉴데일리
    ▲ 최종구 금융위원장 ⓒ뉴데일리


    "신용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는만큼 카드사와 밴(VAN)사의 수익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신용카드업은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시켜주는 중개 영업이다. 가맹점의 경영여건 등이 개선되고 소비자의 소비 여력이 좋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카드업계에도 도움이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소상공인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을 콕 찝으며 한 말이다. 

    그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와 밴 업계의 수익 감소는 어쩔 수 없으니 협회가 회원사의 협조를 이끌어내 이를 감내하라는 의미로 이같이 말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우회적으로 이런 정책을 펼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지난해 영세·우대 가맹점 적용 범위를 확대했고, 이번 밴 수수료의 정률제 전환에 이어 올 연말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손질까지 3번이나 손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에 있을 정기 수수료율 체계 손질을 통해 추가 수수료 인하 추진을 시사하면서 스스로 규칙을 어기고 금융 생태계를 혼란시키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수수료율 체계는 3년에 한 번씩 카드사의 적격비용 등을 반영해 재산정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이 원가 산정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정해놓고 발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여신협회는 금융위의 메신저로 전락하고, 카드업계는 뾰족한 대안없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정해진 법도 지키지 못하면서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 여신협회가 알아서 잘 타이르라는 것은 금융당국 스스로가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금융이 아무리 규제산업이라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번복해 부실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분명 당국에게 있다고 본다. 규제만 있고 책임을 떠넘기는 오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